이미지 크게보기 3000억 횡령한 경남은행 간부 아내가 김치 사이 숨긴 돈. 서울중앙지검

기존 1437억 원에 1652억 원 추가 횡령 사실 드러나
부동산 PF 대출 담당하며 허위 대출로 대출금 횡령


13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 중인 BNK경남은행 간부가 1600억 원을 추가로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피해액 규모는 총 3000억여 원으로 늘어났다. 해당 간부는 횡령한 돈으로 14년 간 월평균 7000만 원, 하루 233만 원의 돈을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횡령 자금은 김치통 속에서도 발견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이희찬 부장검사)는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51) 씨가 자신이 관리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금 1652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9월 이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할 당시 공소장에 기재한 횡령액은 1437억 원이다. 이번에 추가 확인한 금액을 합치면 횡령액은 3089억 원에 달한다.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경남은행에 입사한 후 15년간 같은 부서에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업무를 맡았다. 대출 실무는 물론 본인이 취급한 대출에 대한 결재·사후관리까지 도맡았다. 그는 친구 황모 씨와 함께 2008~2022년 부동산 PF 시행사가 대출을 요청한 적이 없는데도 허위 문서를 작성해 관련 대출을 일으켜 대출금을 횡령했다.

두 사람은 횡령자금 3089억 원 중 2711억 원을 PF 대출자금 원리금을 갚는 돌려막기에 썼다. 378억 원은 이 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 씨와 가족들은 범죄수익 은닉에 적극 가담하고 횡령자금을 부동산 매매(83억 원), 생활비·카드값(117억 원)으로 썼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이 씨와 가족들은 지난 14년간 월평균 7000만 원, 하루 233만 원의 돈을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이 씨 가족, 자금세탁업자 등 8명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자금세탁 처벌 전력이 있던 이 씨의 친형 A 씨는 총 44억 원을 현금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씨가 골드바 등 57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숨겨둔 오피스텔의 보증금과 월세를 내주며 관리도 도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의 아내 역시 수사가 시작되자 이 씨가 횡령한 자금을 다른 계좌로 빼돌려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수표로 바꿔 김치통에 숨겨뒀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경제사범과 자금세탁업자의 불법적 공생관계를 확인하고 범죄수익 은닉 행태를 규명했다"면서 "불법 경제사범을 엄단하고 범죄수익환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