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커넥트’ 거래소 운영하며
“인공지능 오토봇 활용해 수익”

美법원도 “실체없는 폰지사기”
피해자 3000여명 재고소 전망

가상화폐(코인)를 앞세워 ‘폰지 사기’(자체적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의 돈으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를 벌여온 다국적 코인 투자 업체의 사기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들이 홍보한 투자 기술이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원이 사실상 사기 행위로 인정했다. 투자자 3000여 명은 해당 판결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에 재수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비트커넥트’라는 거래소를 운영하며 ‘세계 최초의 P2P(개인 대 개인)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이라고 자신들을 홍보한 B사의 ‘프로모터(홍보 담당)’ 주모(57) 씨에 대해 김병선(80) 씨에게 2억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한때 시가총액이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에 달했던 다국적 회사 B사는 국내에서 2017년부터 서울 강남을 포함한 전국 6곳에서 사무실을 차리고 프로모터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사측은 “자동 트레이딩 인공지능 오토봇”을 활용해 투자자들의 돈을 불려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법원은 “트레이딩 봇의 실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면서 애초 정당한 거래가 아니었다고 봤다. 지난 2021년 뉴욕 남부지방법원도 이들을 폰지 사기 행위로 판단해 배상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 공동소송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자는 3000여 명, 피해액은 10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김 씨는 이 판결을 바탕으로 주 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지난 11월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씨는 5년 전인 2018년 1월 주 씨를 수서경찰서에 고소했지만, 당시 검찰은 주 씨가 출국 상태이고 ‘사기 피해보다는 투자 실패’로 보인다는 취지로 불기소처분(기소중지)했다. 김 씨 측 변호사는 “다른 피해자들도 전국적으로 수사기관에 고소를 했지만 ‘투자 실패’로 보는 탓에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수사기관의 오해에서 빚어진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승록 공소위 대표는 “김 씨의 승소를 계기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온 3000여 명의 피해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재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소위에 따르면 피해자 중 절반가량이 50세 이상 중장년층으로 최대 피해액은 8억 원 정도다.

전수한·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