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정보 실시간 수집 등 금지
국내선 과방위 문턱도 못 넘어

유럽연합(EU)이 마라톤 회의 끝에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에 합의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AI 법안은 거의 1년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업계에서는 AI 학습 데이터 확보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유연한 해석 등 제도 개선과 법률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국가경쟁력의 기반이자 디지털 문화 주권과 밀접한 토종 플랫폼 보유도 늦춰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EU는 지난 8일 37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안면인식 기술 금지 등 세계 최초의 AI 규제법에 합의했다. 2021년 4월 EU 집행위가 AI 법을 제출한 지 2년 8개월 만에 EU 이사회, EU 의회 등 3자가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합의안은 AI 기술의 위험도를 4단계로 분류하고, 안면인식 기술 등 생체 정보를 AI로 실시간 수집하는 최고위험 등급은 전면 금지했다. 개인이나 기업의 특성과 행동에 수치 평가를 하는 사회적 점수 매기기(social scoring)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2019년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법제정비단을 운영해왔다. 국회에서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등 7명의 의원 발의안을 병합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AI 법)’이 올해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나 이후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플랫폼 경제 자문위원회는 이날 과기정통부 주최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 2023년 최종보고회’에서 관련 법·제도 개선을 제언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