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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ASF·구제역·럼피스킨 이어
전라남·북도서 AI 확진 잇따라
“연중 강도 높은 차단방역 필요”

안동=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

올겨울 들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하며 기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소 럼피스킨병에 이어 처음으로 제1종 법정 가축전염병 4종이 올 한 해에 지속해서 출현하는 초유의 악재가 터졌다. 기후변화 등에 따른 감염병 매개 철새나 곤충 유입이 주요 원인으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연중 차단 방역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AI는 2003년 첫 발생 이후 20년 동안 무려 1억3800만여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막대한 피해를 유발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4∼7일 전남 고흥·무안군과 전북 익산시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여기에 전북 전주시 만경강과 경북 구미시 지산샛강 등 전국 4곳의 하천 야생 조류 폐사체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철새에 의해 강하게 전파되는 AI는 항원 타입이 140여 종이나 되고 예방 백신 접종도 경제성 문제로 여의치 않아 확진 농장 등을 위주로 살처분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AI는 2003년 12월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지난 4월까지 누적 1억3800만 마리의 닭, 오리 등이 살처분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프리카 풍토병인 소 럼피스킨병도 교류 증가로 지난 10월 19일 국내에 처음 출현했다. 전국 소 407만여 마리에 대한 백신 접종 이후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백신 효과가 최대 1년이어서 매년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소 럼피스킨병은 7일까지 전국 107건이 발생해 소 1426마리가 살처분됐다.

앞서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2019년 1월 이후 4년여 만인 지난 5월 충북 청주시와 증평군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은 2000년 3월 국내에 처음 확인됐으며 누적 약 392만 마리의 소와 돼지 등 우제류가 살처분됐다. 특히 구제역은 2010년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전국적으로 확산해 347만9000여 마리의 우제류가 살처분되는 등 축산농가가 초토화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구제역 백신 접종 제도를 도입했지만 산발적 발생은 멈추지 않고 있다. ASF도 올해 1∼2월과 7·9월 경기 포천·김포시, 강원 철원·화천군 등의 양돈농장에서 10건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 북한에서 유입된 ASF는 2019년 9월 국내 양돈농장에서 처음 확진됐으며 누적 51만8561마리가 살처분됐다. ASF는 백신이 없으며 멧돼지가 전파해 통제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박최규 경북대 수의대 교수는 “기후변화와 인구 이동, 물자 교역이 쉬워지면서 감염 매개체를 통한 1종 가축전염병은 언제든지 유입될 수 있다”며 연중 농장과 출입차량 소독, 방역복 착용 등 강도 높은 차단 방역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1종 가축전염병은 국내 15종으로 규정돼 있다. 소의 경우 럼피스킨병, 구제역 등 8종, 돼지는 돼지수포병·돼지 열병(돼지 콜레라) 등 3종, 양·산양은 양두 1종, 말은 아프리카마역 1종, 닭은 고병원성 AI·뉴캐슬병 등 2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