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역사보존건축물로 지정된 미국 뉴욕 티퍼니 건물의 활용하지 못한 용적을 매입해 허용된 용적률 이상으로 개발한 트럼프타워. 출처=‘도시를 만드는 법’

■ 서울시 용적거래제 도입 추진

국가지정문화재 24% 몰려
보존지역 주변 슬럼화 우려

뉴욕·도쿄 등에선 이미 시행 중
강남 초고층 집중…불균형 우려

서울시가 내년 2월 용적거래 실행모델 개발 용역을 추진하는 건 용적거래제도(TDR)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울공간 대개조’를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TDR은 각종 규제로 활용하지 못해 남은 용적률을 다른 건물·지역에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용적률 1000%인 상업지역에서 문화재 탓에 용적률을 300%만 사용했다면 나머지 700%는 다른 건물이나 지역에 팔 수 있다.

5일 시에 따르면 서울은 부동산 국가지정문화재 총 982개 가운데 237개(24.1%)가 몰려 있는 등 곳곳이 ‘집중적으로’ 건축물 높이 규제를 받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다. 특히 사대문 안은 절반에 달하는 113개가 밀집돼 더욱 낙후돼 있다. 또 남산 고도지구는 용산구·중구 전체 면적의 8.8%, 북한산 고도지구는 강북·도봉구 전체 면적의 5.2%를 차지한다. 오 시장이 6월 일본 도쿄(東京)와 9월 미국 뉴욕에서 TDR 적용 사례를 직접 본 후 서울에 적합한 도입 방안 마련을 지시한 이유다.

일본은 TDR을 적용해 국가 중요문화재인 도쿄역사 인근 저층부 높이는 기존대로 31m를 유지하고 인접한 바로 뒷건물은 고층 복합개발을 추진했다. 용적거래가 가장 활발한 뉴욕의 175 파크 애비뉴 프로젝트는 그랜드센트럴터미널 역사 용적을 2021년에 획득해 83층 초고층 건물로 개발 중이다. 뉴욕시는 1913년 개관한 그랜드센트럴터미널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1968년 TDR을 도입한 바 있다. 현재 시에는 구릉지 등 저밀관리구역을 역세권 등 고밀개발구역과 결합해 전자의 용적률을 후자로 이전·개발하는 결합정비사업 제도가 있긴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묶인 조합 간 거래라는 제약 탓에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2건의 사례만 나왔을 뿐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TDR 실행을 전제로 시범사업지부터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용적률의 가치 산정 방법, 용적률을 사고파는 거래 방식 등을 도출하기 위해 진행된다. 해당 제도를 관리할 전담조직 구성·운영 방안, 향후 제도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인 법령 개정안도 마련한다.

물론 해당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선 용적이전을 모두가 알 수 있게 하는 공시 수단이 필요하다. 현재 등기가 토지 이용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시 수단인데, 등기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선 부동산등기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또 서울 내 용적을 구매해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이 사실상 강남에 많아 지역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채미옥 연구그룹미래세상 이사는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용적률이 상향되는 곳이 문화재 보호 규제 등을 받는 지역의 용적률을 사도록 해 규제에 따른 불형평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