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우리가 만든 뮤지컬” 지난 11월 7일 충북 보은군 속리초에서 학생들이 지역 내 주요 역사 기록인 동학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동학취회’를 공연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프로그램 눈길

밴드 결성하고… 뮤지컬 제작…
농어촌 학생에 문화예술 지원
15년 동안 총 174개 학교 참여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노래 잘 안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복도에서 흥얼거리고 노래 크게 부르는 게 아무렇지 않아요. 표현력 좋다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합니다.”(속리초 문은경 교장)

“농어촌 학교 학생들은 예술적으로 소외된 경우가 많은데 밴드를 시작하고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변화된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감탄스럽습니다.”(용덕초 이상진 교감)

충북 보은 속리초와 경남 의령 용덕초는 각각 학생 수 52명, 28명의 작은 학교다. 이들은 짧지 않은 기간 뮤지컬 또는 밴드 활동을 통해 학교만의 상징성을 찾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고 신한은행이 예산을 지원하는 ‘예술꽃 새싹학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속리초와 용덕초는 우수 사례로 선정돼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시상식에서 신한은행 기관고객그룹상을 수상했다.

속리초가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지는 벌써 6년. 문 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소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나무판에 앞뒤로 그림을 그려 회전 무대를 만들더라”며 “장면 전환까지 직접 연출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지역의 역사를 담아 ‘동학농민운동’을 주제로 무대에 올렸다. 문 교장은 “어려운 주제인데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내더라”며 “노래나 연기, 소품 제작을 즐기면서 자기만의 재능을 알아가는 아이들이 생겨 뿌듯하다”고 말했다.

새싹학교 1년 차 용덕초는 학생과 교직원 전원이 최소 하나의 악기를 연주한다. 교직원 밴드 ‘도담밴드’에서 드럼 파트를 맡고 있다는 이 교감은 “용덕초에 색깔이라는 게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밴드 때문에 가족의 이사를 막은 5학년 남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교감은 “소규모 학교다 보니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며 “이 학생 밑에 동생이 다니고 있고 내년에 또 그 집에 신입생이 있다. 밴드로 인해 총 3명이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드에 관심 있는 선생님이 농어촌 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교직 생활에 활력을 느끼고 있다.

5일 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예술꽃 씨앗학교’(문화 소외 지역의 작은 학교를 최대 4년 6개월간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한 학교는 174개교(8만469명)에 달한다. 지난 2015년부터는 씨앗학교를 졸업한 61개교(7250명)가 새싹학교에 지원해 문화예술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