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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당화’가 부른 민주당 분열… 이낙연·김부겸 신당 합류론 꿈틀

  • 입력 2023-12-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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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준의 Deep Read - 제1야당 분열상

비명, ‘이재명 체제로 총선 못치러’ 공통인식… 선거제도 둘러싼 내분이 분열 도화선 될 수도
‘합의 비대위’ 무산 땐 분당 가능성 커져… 민주 內破→정당 파편화→신당 창당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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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현 대표에 대해 작심 비판을 쏟아내고 5선의 중진 이상민 의원이 탈당하는 등 민주당 분열이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이는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절박한 메시지로 보인다. 이런 흐름이 ‘정당의 파편화’(party fragmentation)를 불러 실질적인 신당 흐름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임박한 탈당 결행

이 전 대표의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당내 민주주의 질식에 따른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 영향으로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무너졌다”면서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혼날까 봐 의원들이 입을 닫는 이상한 침묵이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둘째, 이재명 대표의 상습적·기회주의적 약속 파기에 따른 민주당의 신뢰 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때엔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지만 최근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땐 부결을 호소했다. 또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와 위성정당 금지를 수차례 약속했으나 지난달 28일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했다. 야권 원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저런 소리를 하는데 무슨 놈의 노무현 정신이냐”며 이 대표를 비난했다.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말한 것을 상기한 발언이다.

셋째, 이재명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선언이다. 이 전 대표는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겠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압박했다. 최근 법원은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이쯤은 돼야”라며 거론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네진 금품이 이 대표의 정치활동에 쓰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1주일에 두 번씩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런 리스크를 안은 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5선의 비명 이상민 의원이 지난 3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낙연계 신경민 전 의원은 “이젠 행동으로 발이 움직여야 할 때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비명 그룹인 ‘원칙과 상식’도 결행 시기를 고민 중이다.

◇신당 만들어지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미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그렇다면 비명 쪽은 왜 이 시점에서 분당 가능성까지 흘리는 강수를 던진 것일까. 첫째, 자신들이 민주당의 정통 세력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개최한 포럼에서 “제1 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하다”고 말했다.

둘째, 이재명 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친명+비명 합의의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시점은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1심 판결이 나올 때일 것이다. 온건 진보 성향의 김부겸 전 총리가 합의 비대위원장감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셋째, 합의 비대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당할 수 있다는 것까지 내비친 것이다. 김 전 총리도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기여할 상황이 되면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비명 인사들의 움직임이 실제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의 창당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에 나선 건 존재가 잊힐까에 대한 두려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못 지켜줬다는 책임감 때문”이라며 “그는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도, 그렇게 결단력이 있지도 않다”고 했다.

신당 창당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지향하는 가치가 분명하고, 지역 기반이 있고, 대선주자급 인물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김종필이 1995년 집권 민자당을 탈당해 충청 기반의 자민련을 창당한 것, 김대중(DJ)이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기치로 민주당을 탈당해 호남 기반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것, 안철수가 2016년 정치개혁을 외치며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이 그 사례다. 지금 비명 그룹은 그런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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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의 요인

선거제를 둘러싼 내분이 민주당 분열과 분당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존속을 요구하는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는 1996년 총선 전 DJ가 영입한 인사다. 즉 DJ의 ‘적통 세력’이다. 여기에 김부겸 전 총리까지 가세해 이른바 ‘문재인 총리 3인방’이 뭉쳐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도권 친문 세력이 합류한다면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선거판은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 대 문재인’의 대결로 변화할 수도 있다. 야권의 총선 주도권을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비명 신당’이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에 대해 “말해야 할 때는 말하겠다”고 했다. 신당 창당의 대의명분은 쌓여간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이 전 대표가 과연 권력의지가 있는지, DJ가 평생 부르짖던 ‘행동하는 양심’을 실천할 용기가 있는지에 달렸다.

정당 이론에 따르면, 분당과 분열 등으로 정당이 분화하는 정당 파편화는 다양한 요인과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정당 내부에서 이념적 차이 또는 특정 이슈나 정책적 차이로 발생할 수 있다. 지도자의 결정, 행동,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지지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정당의 내파(內破) 요인이 된다. 다시 말해 정당 내부 구조와 운영 방식, 예컨대 한 사람(이재명)이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정치 행태는 대립적인 친명과 비명 간의 권력 분쟁을 유인해내고 파편화 를 발생시킨다.

현재 여야가 처한 상황은 정당 파편화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거대 양대 정당은 이념적 거리를 키우고 정치 대립을 격화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정치적 양극화 해소 필요성을 높인다.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또한 파편화를 촉진시킨다.

◇온건 다당제의 길

조반니 사르토리에 따르면 적실성 있는 정당의 숫자가 많고 상호 연합의 가능성이 열려 있으면 온건하고 분절적인 다당제가 형성될 수 있다. 과연 비명계에 의한 신당 창당이 현실화하고 선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온건한 다당제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실패함으로써 대결적인 양당제를 고착화할지가 내년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파편화’란 정당이 복수의 대립 축에 의해 서로 흩어지는 것. 파편화하면 다당제가 돼 연합정권의 조합 패턴이 많아짐. 소선거구제는 작은 정당에 불리하므로 파편화를 방지하는 경향이 있어.

‘조반니 사르토리’는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양당제 이상의 다당제를 ‘분극적 다당제’와 ‘분절적 다당제’로 나눔. 분극적 다당제는 이념·대결적이지만 분절적 다당제는 상대적으로 온건함.

■ 세줄 요약

임박한 탈당 결행 :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작심 비판하고 이상민 의원이 탈당하는 등 민주당 분열이 현실화하는 형국. 이는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반발이자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

파편화와 신당 창당 : 이념적·정책적 차이나 독선적 당 운영은 ‘정당 파편화’ 요인을 제공. 선거제를 둘러싼 내분이 분열 도화선 될 수도. 합의 비대위 체제가 되지 않으면 김부겸 전 총리가 가세하는 신당 출현할 가능성.

온건 다당제의 길 : 민주당이 ‘내파→정당 파편화→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지가 초미의 관심. 비명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성과를 올리느냐에 따라 정당체제가 온건 다당제가 될지 대결적 양당제가 지속될지 결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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