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사법정책연구원 학술대회
“권역별 법관 선발제 검토해야”

지난 10년간(2013∼2022년) 법원에 접수된 민사·형사 재판 수가 모두 줄었으나 △사건 처리 기간 △장기 미제 사건 수 △접수 후 첫 공판 기일까지 기간 등 재판 지연 관련 통계가 모두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내부에서는 권역별 법관 선발제 등을 통해 인사이동을 줄이는 방안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법원 싱크탱크인 사법정책연구원은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재판 장기화와 그 해법’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영창 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법 판사)은 사전 배포한 ‘재판 장기화 방지 및 소송 신속화 방안’ 학술대회 주제발표를 통해 10년간 재판 지연이 계속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민사 본안 접수 건수는 2013년 116만4395건에서 2022년 82만9897건, 형사공판 접수 인원은 같은 기간 35만8213명에서 31만502명으로 각각 28.7%, 13.3% 감소했다. 하지만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민사 본안(1심 합의)이 245.3일에서 420.1일, 형사공판(1심 합의 불구속)이 158.1일에서 223.7일로 늘었다. 민사 본안 1심 중 2년 6개월 초과 심리 사건은 2016년 2142건에서 지난해 7744건, 형사공판 1심 2년 초과 심리 인원은 2013년 220명에서 지난해 364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접수 후 첫 기일까지 걸리는 기간도 민사 본안(1심 합의)은 2015년 116.9일에서 지난해 170.5일, 형사공판(1심 합의 불구속)은 2013년 59.2일에서 75.7일로 길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쟁점이 복잡한 사건의 증가, 미미한 법관 증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판 파행, 법조 일원화 시행과 법관의 고령화, 적정 선고 건수의 하향, 잦은 인사이동과 사무분담 변경 등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재판 장기화 현상은 사법부 내외의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장기적이고 다방면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권역별 법관제 선발, 사무분담 변경 최소화 방안 등을 우선 시행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재판부 변경으로 인한 재판 지연부터 줄이자는 취지다.

다만 “법관의 시간 외 근무를 늘려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른바 ‘3·3·3 룰’(한 달 3주 동안, 한 주에 3건 선고하고, 마지막 주는 선고를 쉬는 것) 등 판사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추구에 대한 외부 비판은 부당하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