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전망보고서 통해 관측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파로
향후 둔화 속도는 더뎌질 것”

올해 중반 이후 3개월 연속 반등해온 소비자물가가 11월에는 하락 전환할 전망이다. 하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파로 향후 물가 둔화 속도는 더뎌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은 1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에는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2.3%까지 빠르게 떨어졌다. 이후 산유국의 감산 조치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6월 소비자물가가 9.1%까지 올랐던 미국도 올해 6월에는 3.0%로 떨어졌지만 7월 3.2%, 8·9월 각각 3.7%로 반등했다. 하지만 미국은 6월 대비 7월부터 3개월간 0.7%포인트, 한국은 7월 대비 8월부터 1.5%포인트가 오르며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 폭이 더 컸다. 특히 10월에는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3.2%, 3.8%로 역전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0월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와 한은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물가 관리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은은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지난 8월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뛴 데다, 추석 이후에는 생산 감소로 예년과 달리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추석 이후에는 수요가 줄어들며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지만 올해는 달랐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총재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하락) 타이밍이 예측보다 한 달 정도 늦어진 것”이라며 “큰 기조상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물가가 11월에 하락 전환하지만 향후 둔화 속도는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에서 3.6%로, 근원물가 상승률을 3.4%에서 3.5%로 높인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반영하지 못해 지난해 물가 상승 폭은 제한됐지만, 공기업들의 대규모 적자에 결국 올해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그 파급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이후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는 것도 향후 물가 상승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