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15일 남부 헤르손주의 드니프로강에서 작전을 펴기 위해 보트에 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전쟁에 피로가 쌓인 러시아 병사들이 휴식을 위해 고의로 다치려고 한다는 러시아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왔다.

22일 ‘가바릿 모스크바’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러시아 여성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러시아 군인들의 귀국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불이익을 우려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됐으며, 당초 여성은 남편이 최대 6개월 후에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13개월 후에도 여전히 전쟁터에 남아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편지로 전쟁터 상황을 익숙히 들은 여성은 매체에 “일부 러시아 군인들은 의도적으로 참호 밖으로 팔을 내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상에 따른 입원, 즉 휴식을 위해 고의로 적군의 총알을 맞으려고 한다는 뜻이다. 600일 넘는 장기전에 따른 ‘전쟁 피로감’ 탓으로 보인다. 또 장비 부족 등 열악한 여건과 상관의 가혹 행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한 러시아 상관은 전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다리에 총을 쏘는 자해를 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런데도 이들의 귀국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추운 겨울철에 들어서자 러시아군이 더 강도 높은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현 병력도 부족해 여군까지 모집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만일 탈영 후 붙잡힐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여성은 “남편이 지난달에 2주 동안 휴가를 나왔었는데, ‘싸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러시아 군인들이 피로로 인해 실수하고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