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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지구촌에 남아있는 ‘권력 세습’ 국가들

아제르바이잔 ‘일함’
개헌으로 ‘종신집권의 길’열어

투르크메니스탄 ‘세르다르’
국민 해외여행·뉴스 접근 막아

토고 ‘파우레’
선거불복 시위진압 100명 사망

차드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대선 과정서 경쟁자 총격 피살


시리아에서 반군의 대공세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되면서 자국민에 대한 생화학 무기 사용 등으로 악명 높던 2대에 걸친 알아사드 가문의 53년간 독재 정치도 끝이 났다. 자국민들을 탄압하며 권력을 유지하던 독재자들이 차례차례 사라지고 있지만 세계에는 여전히 독재를 대물림하는 국가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가의 정치체제가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공화정임에도 부정선거나 철권통치를 통해 대를 이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에선 알아사드 정권을 마지막으로 세습 독재 국가가 사라졌지만, 구소련 국가와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에는 대를 이은 독재 국가가 남아있다. 또 벨라루스·베네수엘라 등의 지도자들이 장기 독재를 하고 있어 권력 세습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련 붕괴 후 세습 독재 국가 된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구(舊)소련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부친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이 2003년 사망한 이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다.

그 뒤로 권력을 유지하며 지난 2월 5연임에 성공했다. 부친의 10년 집권에 이어 일함 대통령이 21년째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2대에 걸쳐 30년 넘게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다. 일함 대통령은 선거를 거치긴 했지만,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일방적으로 대선 일정을 변경하고 야권에 어용(御用) 후보를 내세워 승리했다. 2009년 개헌을 통해 ‘3선 금지’ 조항을 폐지하고 2016년 추가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면서 종신 집권의 길도 열어놓은 상태다.

2017년에는 자신의 부인을 부통령직에 임명하며 족벌정치를 강화했다. 세습 독재정치에도 지난해 앙숙인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내부 지지율은 탄탄한 상황이다. 다만 부정부패와 인권탄압 등으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역시 구소련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도 2대에 걸쳐 세습 독재가 이뤄지고 있다. 2대 대통령이었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전 대통령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6년간 장기 집권한 이후 2022년 아들인 세르다르 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줬다.

당시 부총리를 맡고 있던 세르다르 대통령은 승계 목적으로 급조된 조기 대선을 거쳐 당선됐다. 그는 이 선거에서 72.9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에 올랐지만 ‘세심한 확인’을 이유로 선거 결과가 대선 사흘이 지나서야 공개되면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아들에게 권좌를 물려준 구르반굴리 전 대통령은 상원의장 겸 국가최고지도자란 칭호를 받으며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구르반굴리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만 해도 다당제를 도입하고 개방적인 경제 정책을 펼치며 개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독재 야욕을 보이며 우상화 작업에 나서는 등 기행과 인권 탄압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런 우상화 작업은 아들 세르다르 대통령 취임 이후 줄어들었지만 신문과 TV, 거리 곳곳은 물론 모든 가정집과 교통수단, 비행기에서도 대통령 사진을 걸어둬야 하는 규정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해외여행과 해외 뉴스 접근에 대한 통제가 이어지면서 투르크메니스탄 안팎에서는 세르다르 대통령이 부친 못지않은 독재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습 독재로 사실상 왕조 만드는 토고와 차드, 캄보디아 =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토고에서는 38년 집권하며 아프리카 최장기 독재자 기록을 세웠던 에야데마 냐싱베 전 대통령이 2005년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아들 파우레 대통령이 직을 물려받아 19년째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 부친의 유고 당시 군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직 승계를 선언한 파우레 대통령은 민주화를 외치며 반발하는 국민과 아프리카 주변국들의 압력으로 결국 대선을 치렀지만, 대통령 입후보 연령 제한이 그의 나이에 맞춰 40세에서 35세로 낮춰지는 등 편파적인 선거 끝에 당선됐다.

또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4선에 성공한 파우레 대통령은 올해 4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하는 등 장기 집권을 위한 길을 닦고 있다. 대를 이어 50년 넘게 독재가 이뤄지면서 토고 내에서도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아프리카 국가인 차드에서는 군정 수반이던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했다. 데비 대통령은 쿠데타를 통해 30년(1990∼2021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이드리스 데비 전 대통령이 2021년 4월 반군의 공격으로 숨진 이후 과도 군정을 이끌어왔다. 당시 대통령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대선에 출마해 승리했다. 선거 과정에서 경쟁자가 총격 피살당하고 투표 조작 가능성이 거론되며 부정선거 시비가 잇따랐다.

입헌군주국인 캄보디아에선 38년간 권력을 휘두른 훈센 전 총리의 장남 훈마넷이 지난해 8월 총리에 취임했다. 선거를 치르긴 했지만, 결과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훈센 전 총리는 내각 고위직에 막내아들과 조카사위 등도 앉혔다. 이로 인해 캄보디아 왕국에 진짜 왕실보다 더 강력한 ‘훈센 왕조’가 열린 것이란 평가가 잇따랐다. 훈센 전 총리는 “(나는) 2023년 이후에는 총리의 아버지가 되고 2030년대에는 총리의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며 세습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훈센 전 총리는 퇴임 후 상원의장과 함께 국왕 부재 시 국가원수 권한 대행을 맡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선거 절차·다원주의 부문에서 3대째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북한과 같이 0점을 받았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