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8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두번째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남욱 "시행업계에서 A 부장 만날 수 있는 사람 20명 정도…실적 없던 저희 만나러 와"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이 4대 시중은행의 고위직과 협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의 영향이 컸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박 전 특검의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등) 혐의 4차 공판에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대장동 개발 사업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미팅을 했던 우리은행 측의 A 부동산 pfv 부장은 시행업계에서 만나기 상당히 어려운 사람으로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부행장을 통해 부탁해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날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남 변호사는 검사가 "우리은행 같은 국내 4대 은행 담당자가 컨소시엄 구성 참여를 위해 개발업자를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2014년 10월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은 공모도 나지 않았고 개발계획 공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4대 은행 담당자가 증인이 있는 사무실로 찾아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논의한 것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부행장을 통해 부탁해서라고 생각했나"는 검사의 질문에 "보통 A 부장 정도 되는 사람을 만나려면 저희 업계에선 10조 원대 자산가 정도 돼야 상대한다"며 "저희처럼 경험이 많지 않던 업자는 만나기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남 변호사는 "대한민국 시행 업계에서 A 부장을 만날 수 있는 시행업자는 스무 명도 안 될 것"이라며 "저희는 그때까지 위례신도시 사업 말고는 실적이 없어서 저희가 찾아가도 연이 없으면 만나주지 않는 급의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3일∼2015년 4월7일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을 약속받고 일부를 실제로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양재식 전 특검보를 통해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현금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50억 원을 약정받았으며, 5억 원을 받은 뒤 이를 다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증자대금 명목으로 보내 대장동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특검 재직 기간 딸과 공모해 화천대유에서 ‘단기 대여금’으로 가장한 돈 11억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