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검사 사칭’ 보이스피싱만 매일 48건

■ 더 교묘해지는 사기 수법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의
김00 검삽니다” 실제이름 사용
검찰 사용 서류양식도 도용해

檢·警·법원 사칭 범죄 잇달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김OO 검사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에서 근무하는 실제 검사를 사칭하고, 검찰이 실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서류 양식을 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줄어들고 있지만, 검찰·경찰·법원 등을 사칭하는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1∼10월) 검찰이 접수한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48.6건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평균 20건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5배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에 소속된 현직 검사를 사칭한 사례도 확인됐다. 서울·경남·울산 등에서 10월 중순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김OO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수사 협조를 위해 금융정보를 제공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검사는 실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후신 격인 반부패수사1부에 소속돼 있다. 실제 근무 중인 검사와 부서까지 사칭하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수법도 더 정교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김OO 검사 이름이 찍히고 실제 중앙지검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도 사진으로 피해자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통지서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고소를 당해 중앙지검의 수사가 진행됐다는 사실과 함께 처분 죄명·처분 결과가 적시됐다. 실제 검찰이 쓰는 양식처럼 보이기 위해 사건번호·검사 사무실 번호도 기재됐다. 또 볼펜으로 서류에 “검경 간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기소의견 송치를 반려한다” 등의 문구를 써 현실감을 높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수사팀에 협조하라면서 가짜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 외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압수수색 영장’ ‘대포통장 신고 수사 동의서’ 등을 피해자들에게 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검찰 사용 양식을 사용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 양식과 점점 더 유사해지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범죄 조직은 피해자와 직접 통화를 하면서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등 전통적 방식도 동원했다. 수사기관 사칭 신고 사례 중에는 위조된 출석 요구서를 우편으로 보내 정식 송달로 보이게 하는 방식 등도 확인됐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단속·적발이 강화되자 범죄 조직들이 그나마 확률이 높은 수사기관 사칭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액 4143억 원 중 3400억 원이 검찰·경찰·법원 사칭으로 발생했다.

검사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극성을 부리자 대검찰청은 2020년 9월부터 서울중앙지검 내에 전국을 관할하는 ‘찐센터’를 설치하고 전담 수사관을 배치했다. 찐센터는 피해자로부터 24시간 전화와 메시지로 신고를 받고 진위 여부를 실시간 확인해주는 ‘빨리사기 직통번호(010-3570-8242)’를 운영한다.

강한·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