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예결위 참석한 추경호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정부, 고물가 추가대책 고심

비축물량 방출·할인 보전에도
물가 7개월만에 최대폭 상승
수입원료 매입자금 지원 검토

추경·예산증액 가능성은 일축

올해 8월(3.4%)·9월(3.7%)에 이어 10월(3.8%)에도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으로 3%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다. 정부는 이미 내놓은 할당관세 인하·비축물량 방출·할인행사 비용 보전만으로는 물가안정을 꾀하기 어렵다고 판단,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면 직접 농가에 유가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내년 예산 확대 등 야당이 요구하는 확장 재정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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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물가 안정을 위해 재정을 일부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일부 품목에 대한 수급조절과 할인지원만으로는 급등하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여름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폭염이 잇따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판단해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에 맞춰 역대 최대 규모인 670억 원을 투입해 성수품 할인 판매를 지원했었다. 그러나 농산물 생산성 저하 시기가 길어진 데 이어, 국제유가 상승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대외여건 악재까지 겹치고 지난달 물가가 정부의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에는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둔화세가 커지면서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재정 역할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달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23개(약 32%)가 1년 전보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는데, 관련 업계의 가격 인상 압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틀어막을 경우 억눌려 왔던 인상분이 향후 한꺼번에 물가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최대한 수급 조절을 통해 물가를 제압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유지하면서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의 전제하에 재정을 풀어 농가의 생산비용을 낮춰 농산물 물가를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 당시에도 생산 농가에서 수요가 많은 등유 등에 대해 유가보조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정부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국회에서 진행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 문제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 심의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오는 7∼8일 비경제부처, 9∼10일 종합 정책질의에 이어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세부 심사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예산 증액 요구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올해 1월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기업 투자 장려책인 투자세액공제를 소비 부문에 적용하는 ‘임시소비세액공제’ 신설과 월세 세액공제 확대를 제안했지만, 정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취약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등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원·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