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9월 이성문 인터뷰 직전엔 “이성문 인터뷰 시킬건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냐” 묻기도
법조계 “김만배 의도적 허위 인터뷰를 했다면 기자도 피해자…대신 인터뷰 진행·보도 경위는 규명해야”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21년 10월 본인 언론 인터뷰를 제시하며 “나처럼 정영학 회계사를 흔들어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정영학 녹취록’에 언급된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나온 내용을 부인하라는 의미다. 검찰은 해당 인터뷰가 김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간 논의를 통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김 씨와 친분이 있는 다른 언론인이 연관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강백신)는 최근 대장동 개발업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21년 10월 김 씨가 본인이 A 언론사와 인터뷰한 기사를 읽어보라며 ‘너희도 정영학 회계사의 신빙성을 흔들어라, 누구한테든 그렇게 이야기를 해라’로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A사 인터뷰에서 김 씨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을 공격하며 “정 회계사는 동업자 저승사자고 옛날부터 관여한 사업마다 동업자를 감방에 보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씨는 인터뷰에서 정영학 녹취록에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나오는 부분을 언급하며 “만일 이재명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우리를 봐주려고 했으면 단순하게 민영개발을 하게 해서 떼돈 벌도록 하고 진짜 뇌물을 받으면 되지, 왜 어렵게 민관 합동 개발을 했겠나. 이 시장 뿐만 아니라 측근인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밥 한 번 먹어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해당 인터뷰가 김 씨와 신 전 위원장 논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해당 인터뷰 직전 신 전 위원장이 김 씨에게 “메신저를 쳐야 한다”는 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인터뷰 진행과 관련해 신 전 위원장 외 김 씨와 친분이 두터운 언론인이 연관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2021년 9월엔 또 다른 B 언론사가 진행한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인터뷰에도 김 씨가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성문 대표는 최초로 언론 인터뷰를 하며 이 시장과 대장동 개발 사업 연관성을 부인하며 “이 시장을 모른다. 만약 김 씨가 이 시장과 친분이 있었다면, 대장동 사업은 민간 사업으로 계속 진행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 직전 김 씨는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이성문 대표를 시켜 인터뷰를 할 것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도 김 씨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언론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씨가 의도적으로 허위 인터뷰를 진행했다면 해당 언론사와 기사를 쓴 기자들도 피해자”라며 “다만 김 씨 의지대로 인터뷰가 진행되고 보도가 이뤄진 경위는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