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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절없이 오르는 민생물가

이상기후에 농산물 생산 저하
이·팔 전쟁 등 대외악재 덮쳐

전기·가스 상승률 둔화됐지만
겨울 앞두고 에너지 수입 급증
물가상승·무역수지 악화 전망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연일 민생물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올여름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상여건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촉발한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가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10월 신선식품지수가 12.1%로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는 비상 상황이다. 수출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가 하반기 회복 기미를 보이지만, 고물가와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 생활이 더 팍팍해지면서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이는 정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당초 정부는 이상기후가 8월(3.4%)과 9월(3.7%)에 물가상승률을 키웠다고 보고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는 10월부터 물가는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생산성 저하가 길어졌고, 국제유가 상승세 속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대외여건 악재까지 겹치면서 물가는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최대오름폭을 나타냈다.

특히 서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장바구니 물가 품목들이 일제히 치솟았다. 농산물(13.5%)은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상승률을 보였고, 계절과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과실은 26.2% 오르면서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유(14.3%)는 지난 2009년 8월(20.7%) 이후로 1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고물가를 부추겼던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9.6% 올랐다. 전월(19.1%)보다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동절기로 갈수록 에너지수입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천문학적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가 다음 주 중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물가안정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고물가를 방치할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에 접어든 하반기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