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총회 참석 이유로 출석 안해
정무위, 윤종규 회장 고발 검토

내부통제 관련 핵심 증인 빠지고
원인·대책 등 전문적 논의 없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결국 ‘맹탕’으로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금융권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사 대표들이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불려 나갈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국내 5대 금융사 CEO들의 국회 출석이 결국 모두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지난 11일 금융위, 지난 17일 금감원 국감에 이은 최종 국감이다. 이날 국감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올해 정무위 국감은 금융사 내부통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올해 들어 BNK경남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와 KB국민은행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등의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주요 금융그룹 CEO들은 국감장에 단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 금융사 CEO들은 일제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이유로 출장길에 올랐다.

특히 해외 기업설명회(IR)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에 대해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고발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무위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윤 회장은 계획된 해외 IR 활동을 핑계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이는 증인 출석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선 핵심 증인이 빠진 것 외에도 문제의 원인과 개선책 등 유의미한 논의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들의 질의가 미흡한 데다, 금융사들도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의지는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 이 문제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일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빨리 되길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종감에서는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개입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원장은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 23일 김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성과를 묻는 강민국 의원의 질의에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