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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인천 항미단길

노·닻 팔던 선구점 5~6곳 남아
규방공예 작업실 등과 이색조화
곳곳서 전시·플리마켓 열리기도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경인국철 1호선 종착역인 인천역부터 인천 중구 해안동로터리까지 200m 구간을 ‘항미단길’(사진)로 부른다. 개항장의 ‘항(港)’과 아름다울 ‘미(美)’를 합쳐 붙여진 명칭이다. 80년 역사를 간직한 길이지만 인천 사람들도 이 거리 명칭을 잘 알지 못한다. 항구에 정박한 배에 쓰이는 노와 닻, 그물 등을 파는 가게가 즐비했던 이 거리를 ‘선구점’ ‘그물거리’ 등으로 불러왔기 때문이다.

10여 년 사이 이곳 거리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가까운 항구에 정박하던 배들이 신항인 연안부두로 옮겨가면서 21곳에 달하던 선구점이 하나둘 사라졌다. 지금은 2대와 3대를 이어온 장인이 운영하는 선구점 5∼6곳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선구점이 떠난 자리에 규방·가죽공예 등 공방이 들어섰고, 작가들이 들어와 작업실과 갤러리를 꾸몄다.

4년 전 이곳에 도자기 공방을 연 조은경(60) 씨는 “장인과 예술가가 한자리에 있는 항미단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조 씨가 운영하는 공방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상점까지 연결된 널찍한 지하 공간이 있다. 예전에 공동 그물 작업을 하던 곳으로, 지금은 공용창고로 쓰고 있지만 그 자체가 박물관이다. 조선 시대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듯한 전통문양 도자기부터 범선에서 사용했을 법한 방향타와 육중한 닻 등이 놓여 있다. 희귀한 전통 공예품을 수집하는 마니아에게는 보물창고다. 거리 곳곳에서 수시로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멋진 골동품 선구를 구하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항미단길에서 인천 대표 가을축제인 ‘개항장 문화재 야행’이 열리며 항미단길이 인근 차이나타운과 함께 인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거리로 자리 잡았다. 올해 축제에서는 이 거리가 조성된 1943년 모습과 1970년대 ‘다라이 생선 아줌마’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긴 ‘항미단길 연대기’에 관심이 쏠렸다.

옛 선구점의 육중한 질감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항미단길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