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5일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8일 미국 핵실험에 맞대응
국제사회 긴장감 한층 고조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참관 아래 적의 대규모 핵 공격에 대응하는 핵 훈련을 시행했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이날은 러시아 하원에 이어 상원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날이어서 핵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또 이번 훈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화상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지상, 해상, 공중 요소의 핵 억지력 훈련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훈련 중에는 실제 탄도·순항 미사일의 시험 발사도 이뤄졌다. 캄차카의 쿠라 훈련장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는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바렌츠해에서는 핵 추진 전략 잠수함 툴라로부터 시네바 탄도 미사일이 각각 발사됐다.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는 공중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러한 훈련 모습은 로시야24 채널을 통해 방송됐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훈련 계획에 따라 적의 핵 타격에 대응하는 복합 핵공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크렘린궁은 “훈련 기간 계획된 임무가 완전히 완료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훈련이 이뤄진 이날 상원에서 CTBT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은 푸틴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996년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최근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은 미국을 문제 삼아 자국 의회에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훈련은 미국이 지난 18일 네바다주 핵실험장에서 진행한 지하 화학 폭발 실험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미국 폭발 실험을 ‘정치적 메시지’로 본다면서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