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21년 전선 연결작업을 하던 중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진 고 김다운(당시 38세)씨 사건과 관련해 하청업체 관계자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검찰이 발주자인 한국전력 관계자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하면서, 유족 측이 반발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달 19일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한전 하청업체 관계자 A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2021년 11월 5일 경기 여주시 한 신축 오피스텔 전기 공급작업에 김씨를 활선 차량 없이 홀로 투입 시키거나 이를 방치해 결과적으로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청업체 소속이던 김씨는 당시 전신주에 올라 절연봉을 이용해 고압선에 달린 전류 개폐기를 올리는 작업을 하다가 감전됐다. 사고 직후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19일 만에 결국 숨졌다.

김씨가 하던 작업은 절연 처리가 돼 있는 고소 작업차인 ‘활선 차량’을 이용해 2인 1조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고 당시 김씨는 혼자 전봇대에 올라 작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청 업체끼리 불법 재도급이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당초 문제의 작업은 다른 하청업체에 할당돼 있었다. 한전에 제출된 작업 통보서에도 다른 업체 이름이 들어 있었지만, 사고 당일 인력 문제로 현장 소장간 합의를 거쳐 김씨가 속한 업체에 재도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 등이 김씨에게 고무 절연장갑을 지급하지 않고, 당시 작업 계획서를 쓰지 않는 등 안전 관리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망사고를 야기한 것으로 봤다.

김씨와 같은 업체 소속 직원 2명은 사고 뒤 산업재해보상보험 처리를 위해 재하청 사실을 숨기고자 김씨가 하청업체에 의해 정상 파견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사문서 위조 교사)도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서로 다른 한국전력 직원 1명씩을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 대해서는 모두 불기소 결정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 사망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외부 업체에 일감을 주는 건설공사 ‘발주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검찰은 한국전력이 관련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 ‘발주자’의 지위에 있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했다.

그러나 유족 측 변호인인 류하경 변호사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이 사건 공사를 총괄 관리하는 한전은 ‘발주자’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죽거나 다쳤을 때 처벌받게 돼 있다"며 "검사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불기소 결정해 유족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재수사를 요청하며 수원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