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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정신상담 3만6862건
3년 동안 84.9% 늘었는데
상담센터 5곳 수도권 집중
지방 임산부는 방문 어려워

지역센터 인력 1곳당 5명
전문의도 센터당 2명 불과

서울에 거주하는 A(34) 씨는 결혼한 이후 두 번의 유산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지난해 말 다시 아이를 가지게 됐다.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갖게 됐지만 유산으로 얻은 우울감은 극복하기 어려웠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두렵다’는 마음까지 생겼다. A 씨는 당장 심리 상담과 우울증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정작 정부가 지원하는 상담센터에서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임신 당시 거주했던 경기도 지역에 난임·우울증 전문상담센터가 있었지만, 대중교통으로 왕복 4시간이 걸려 임신한 몸으로 이동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중앙센터를 가려고 하더라도 왕복 3시간 이상이 걸렸다. A 씨는 “추운 겨울 임신한 몸으로 거리가 먼 센터를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비대면 전화 상담은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올해 6월 출산 후 정신병동에 입소했고 수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에야 극심한 우울증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난임과 임산부 및 양육모의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전문상담센터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7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난임·우울증 상담센터 상담 건수는 2020년 1만9934건에서 2021년 3만278건, 2022년 3만6862건으로 지난 3년간 84.9% 증가했다. 상담 인원도 2020년 3881명에서 지난해 6110명으로 57.4% 늘었다. 그러나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는 8곳에 불과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서울·경기 등 수도권 내 권역센터를 제외하면 대구·전남·경북 3개소가 전부다. A 씨처럼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임산부들은 직접 센터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복지부는 2024년 권역 상담센터 2개소를 지방자치단체에 공모해 추가로 설치·운영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접근성이 떨어져 산모와 양육모의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센터 내 전문 상담 인력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상담센터의 인력은 서울에 있는 중앙센터(10명)를 제외하고는 센터당 5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의학적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의는 센터마다 2명에 그치면서 상담 예약이 포화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인력은 임상심리사·사회복지사·간호사로 구성된다.

남 의원은 “산전·산후 우울증을 많은 산모가 겪고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상담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난임·우울증 상담센터가 증가하고 있으나 지역 편중이 심하며 만성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며 “상담센터의 전국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