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이어 관련사업 검토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광주=김대우 기자

행정안전부가 광주시 남구에 양림동 일부 도로에 부여된 ‘정율성로’의 도로명을 변경하라고 12일 시정 권고했다.

행안부는 이날 “6·25전쟁을 일으킨 적군의 사기를 북돋고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한 인물을 찬양하기 위한 도로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시정 권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율성로는 총 257m 길이로 광주시 남구 양림동 출신의 정율성이 중국에서 유명한 음악가로 활약한 업적을 기리고 중국 관광객 유치 등을 목적으로 2008년 광주시 남구청장이 부여한 도로명이다. 단 행안부의 시정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행안부는 광주시 남구가 도로명을 변경하지 않으면 도로명 부여 과정이 적법했는지 따져볼 방침이다.

행안부의 이 같은 조치는 국가보훈부가 광주시 남구 등에서 추진 중인 ‘정율성’ 관련 사업 일체를 중단하라고 전날 광주시에 시정 권고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보훈부는 정율성이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이 6·25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정율성은 남침에 직접 참여한 적군으로 대한민국이 기릴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바 있다. 보훈부와 광주시 간의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훈부는 광주시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있는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하겠다고 밝혔고 광주시는 시정 명령에 대비해 시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찾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자치사무를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처 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을 수 있다”며 “어떤 법령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보훈부가 시정 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지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부로부터 시설 철거 권고를 받은 광주시 남구와 동구, 전남 화순군 등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