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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비디오를 찾아서… “5만여개 컬렉션 여전히 가치”

이정우 기자
이정우 기자
  • 입력 2023-10-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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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비디오 대여점 ‘킴스 비디오’ 오드 제공



■ 다큐영화 ‘킴스 비디오’ … 주인공 김용만 대표

80년대 뉴욕에 연 비디오가게
대여문화 사라지며 폐업 수순
방치돼 버려진 수많은 비디오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모험

“최초의 영화는 비디오가 제맛
디지털화 관계없이 상용화될것”


만화방에 만화광이 살듯, 비디오 가게는 한때 영화광의 서식지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로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꺼내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세대는 믿기 어렵겠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비디오를 찾아 헤매고 기꺼이 ‘소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킴스 비디오’(9월 27일 개봉)는 1980년대∼2000년대 사이 미국 뉴욕에서 거대한 문화 왕국을 구축했던 비디오 대여점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잃어버린 비디오를 찾아서’ 떠났던 영화광들의 미친 모험의 끝엔, ‘영화를 사랑하고 간직하는’ 마음이 관객에게 닿는다.

1986년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시작된 ‘킴스 비디오’는 11개 지점에 25만 명의 회원을 자랑했다. 개봉하지 않은 숨겨진 영화들의 보관소였고, 영화에 중독된 그들만의 추천작이 횡행하는 아지트였다. 뤼미에르 형제보다 시기적으로 빠른 에디슨의 영화부터 장뤼크 고다르, 페데리코 펠리니 등 유명 감독들의 장·단편, 수많은 B급 영화와 학생들의 실험적 영화까지. 구할 수 있는 모든 영화를 어떻게든 구해서 보관했던 이 비디오 대여점은 마틴 스코세이지나 쿠엔틴 타란티노가 들락거리고, 코엔 형제가 600달러를 연체했으며, 토드 필립스가 꿈을 키우던 곳이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한때 25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보유한 비디오 대여점 ‘킴스 비디오’를 운영했던 김용만 대표. 오드 제공



특히 몬도점의 5만5000개 컬렉션은 ‘킴스 비디오’의 창업자 김용만 대표의 자랑이었다. 영화 개봉에 맞춰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지난달 21일 “매일 전투를 치르듯 찾아낸 결과물이자 내 인생을 쏟아부은 컬렉션”이라며 “많은 감독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킴스 비디오’는 2014년 폐업하고 만다. 김 대표와 ‘킴스 비디오’ 일원들은 법보다 ‘영화는 관객을 만나야 한다’는 자신들의 영화 철학을 우선시했는데, 자연히 저작권 관련 분쟁이 많아지며 감당 못 할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비디오 대여 문화가 사라진 게 직격탄이 됐다. 폐업 후, 그 많던 비디오와 DVD를 어디에 맡길 것인가. 김 대표는 “공공에 개방하고, ‘킴스 비디오’ 기존 회원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고,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 있는 소도시 살레미에 소중한 ‘자식들’을 보낸다.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과거의 영광을 추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킴스 비디오’의 단골손님이었던 감독 데이비드 레드먼과 애슐리 세이빈 부부는 비디오의 행방을 쫓다 충격적인 사실을 목도한다. ‘킴스 비디오’의 소중한 영화들이 살레미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채 잠자고 있었다. 김 대표는 말한다. “그들은 그것의 가치를 몰랐던 거예요.”

여기서 다큐멘터리의 장르가 범죄 드라마이자 블랙 코미디로 바뀐다. 감독은 몇 명의 동료와 함께 절도 영화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비디오들을 ‘해방’시켜 ‘제자리’인 뉴욕으로 가져다 놓는다. 찰리 채플린, 앨프리드 히치콕, 아녜스 바르다, 데이비드 린치 등 ‘영화의 유령들’의 가면을 쓴 채. 범죄를 불사한 감독의 과감한 시도는 영화 되찾기에 소극적이던 김 대표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사실 나도 저작권을 거의 훔치다시피 해 복제품을 만들고 빌려주며 가게를 차별화했다”며 “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일한다는 생각이 들어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분 좋았다”고 회상했다.

‘킴스 비디오’가 사양길로 접어들던 때 넷플릭스는 DVD를 우편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그가 해볼 만한 경쟁 상대로 여겼던 넷플릭스는 영화 관람 문화까지 바꾸는 공룡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킴스 비디오’가 되찾은 비디오·DVD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컬렉션의 적절한 상용화를 위해 다시 도전 무대에 섰다. “제가 장담 하나 할게요. ‘킴스 비디오’가 가진 컬렉션은 전무후무해요. 그리고 에디슨의 최초 영화 같은 건 비디오로 봐야 본연의 느낌을 받을 수 있죠. 디지털화를 하든 하지 않든 이것들이 제대로 쓰일 날이 분명 올 겁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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