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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고 관능적인… 빅토리아 여왕의 향수

김호준 기자
김호준 기자
  • 입력 2023-09-27 08:50
  • 수정 2023-09-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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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시그니처 제품인 ‘1872’ 컬렉션. 브랜드의 전신인 크라운 퍼퓨머리의 시그니처인 녹색 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 Premium Life - 국내 상륙한 英 프리미엄 향수 ‘클라이브 크리스찬’

1872년 설립된 크라운 퍼퓨머리社
빅토리아 왕관 문양 사용 허가받아

제품 하나에 100∼300개 성분 함유
에센셜 오일 많이 넣어 24시간 지속
최상의 원료 ‘1872’ ‘X’ 컬렉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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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 사회에서는 귀족 여성을 중심으로 코르셋이 유행했다. 허리를 조이면서 가슴과 엉덩이를 부각하는 기능성 의복인 코르셋은 당시 여성들이 성적 매력을 위해 착용했다. 하지만 소화 불량과 허리 통증, 심하게는 기절의 위험까지 감수할 정도로 위험한 옷이기도 했다.

당시 런던에서 코르셋 사업을 하던 윌리엄 스팍스 톰슨(1855∼1945)은 코르셋 때문에 기절하는 여성이 자주 나타나자 이들을 깨우기 위한 제품을 고민하던 중 라벤더 에센스를 첨가한 소금을 개발하게 된다. 소금은 크라운 캡이 있는 에메랄드빛 유리병에 담아 판매됐다. 이 제품은 코르셋을 착용하는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출시 이후 매년 30만 병 이상이 팔렸다.

라벤더 소금으로 자신감을 얻은 톰슨은 향수와 비누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고객 중 가장 유명한 이는 다름 아닌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19∼1901·사진)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톰슨은 곧이어 첫 번째 향수 매장을 열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 1872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을 상징하는 문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같은 해 그는 ‘크라운 퍼퓨머리 컴퍼니’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향수 사업에 뛰어든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클라이브 크리스찬 ‘X’ 컬렉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로마의 군인이 사랑에 빠지는 첫 순간을 표현한 향수로 복숭아와 캐시미어 머스크, 재스민 향이 어우러져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빅토리아 여왕이 크라운 퍼퓨머리를 영국을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로 인정하면서 브랜드는 영국을 넘어 유럽으로 뻗어 나갔다. 1879년까지 크라운 퍼퓨머리는 49종의 향수 50만 병을 전 세계 47개국에 수출했다. 상류 사회에서 명성을 얻은 크라운 퍼퓨머리 제품은 1912년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1등 선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조종사인 어밀리아 에어하트(1897∼1937)는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를 풀기 위해 크라운 퍼퓨머리의 향수를 곁에 두고 비행했다.

1920년대 이후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영향으로 가동을 멈췄던 크라운 퍼퓨머리는 1999년 디자이너 클라이브 크리스찬(72)이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재도약 계기를 맞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클라이브 크리스찬’으로 브랜드 이름을 바꾸고, 향수가 처음 사랑을 받았던 빅토리아 여왕의 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브랜드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클라이브 크리스찬의 향수는 모두 영국에서 생산한다. 클라이브 크리스찬의 향수는 최상급 품질의 원료를 사용하며 제품당 100∼300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향수 오일인 앱설루트를 제외하고 모두 20∼25%의 에센셜 오일을 함유하고 있어 최장 24시간까지 우수하게 지속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별도의 레이어링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모든 컬렉션은 남녀를 구분해 출시한다. 공정 또한 향료 제조사들이 직접 선정한다. 희귀하고 이국적인 원료를 얻기 위해 지속 가능한 지역 재배 농가를 직접 선정해 이를 활용한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전 세계에서 진귀한 재료를 모아 ‘향수의 정수’라고 평가받는 최상급 컬렉션 ‘No 1’.



오리지널 컬렉션인 ‘1872’는 빅토리아 여왕에게 사랑받았던 크라운 퍼퓨머리에 대한 찬가를 담았다. 페미닌 제품은 장미, 난초, 재스민의 화려한 꽃다발 향과 베르가모트, 레몬의 신선한 향이 조화를 이룬다. 파출리, 사향, 샌들우드 베이스가 밝은 감귤 향기에 친숙하고 침착한 마무리를 더한다. ‘X’ 컬렉션은 복숭아와 캐시미어 머스크, 재스민 향으로 어우러져 관능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오늘날에도 클라이브 크리스찬의 모든 제품에는 빅토리아 여왕 왕관 문양의 뚜껑(캡)이 사용되고 있다. 향수병에 새겨진 1872년은 크라운 퍼퓨머리가 설립된 해이자 가장 유명한 고객인 빅토리아 여왕이 향수병에 왕관 문양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 기념비적인 해를 뜻한다.

클라이브 크리스찬은 올 초 국내 최고 니치 향수 편집숍인 ‘퍼퓸 갤러리’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퍼퓸 갤러리는 그간 다양한 향수 브랜드를 큐레이션하기 위해 오랜 시간 향수 수집가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해외 구매대행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니치 향수를 소개해왔다. 퍼퓸 갤러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퍼퓸 갤러리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프리미엄 니치 향수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관심과 성장 지속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클라이브 크리스찬을 마침내 국내 최초로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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