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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에 끝내지 못한 ‘예수의 생애’… 떠난지 10년 보고싶다

  • 입력 2023-09-26 09:02
  • 수정 2023-09-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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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07년 소설 ‘유림’을 펴냈을 때의 최인호 작가. 연합뉴스



■ 그립습니다 - 소설가 최인호(1945∼2013)

나는 소설 ‘연개소문’ ‘대조영’ ‘들불’의 작가인 유현종입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거의 매일 만나서 그 이름을 부르며 친형제처럼 지내던 인호가 세상 떠난 지 벌써 10주년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인호야! 어딨니? 보고 싶다.”

인호와 난 40여 년 전 참 희극적인 장소에서 희극적으로 처음 만났던 사이였습니다. 세운상가 조그만 빈터에서는 주말마다 원숭이 쇼가 벌어졌지요. 약장수 영감이 벌이는 판이었습니다. 문제는 명철이라는 늙은 원숭이였습니다. 얘가 재주를 부려야 관객들이 모여들고 박수를 치고 그래야 끝 순서로 만병통치약을 팔 수 있는데 이놈은 당시만 해도 비싼 바나나만 까먹고 딴전만 피우는 것이었습니다. 애가 타는 사람은 영감이지요. 간절한 목소리로 원숭이 이름을 부릅니다.

“명철아 왜 이러니? 응? 어서 일어나! 잘해 보자, 명철아! 제발!”

그 영감님 표정은 슬프기까지 하고 애원하는 목소리는 애달프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항상 그렇게 명철이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와 표정이 잊히지 않아 난 그걸 보기 위해 가끔 들르곤 했는데 나와 똑같은 이유로 그곳을 찾는 후배가 하나 있었으니 그게 최인호였습니다.

나는 그로부터 인호의 형님이 되었고 우리는 새로 작품을 시작하거나 작품이 안 풀리거나 어려운 일이 가로막을 때마다 앞에 있는 원고지가 명철인 듯 간절히 빌곤 했습니다.

“명철아, 잘해 보자. 잘해 보자 응?”

인호와 나는 닮은 점이 많아 서로 좋아했습니다. 학교 때부터 연극은 계속해 왔고 소설 외에도 희곡을 쓰고 연출도 하고 때로는 직접 출연도 하고 영화에, 방송에, 뮤지컬까지 손대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인호의 제의로 살롱연극운동을 벌이자 하여 후배인 추송웅과 함께 나섰습니다. 당시 추송웅은 외국 번안 작품인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인기를 얻었고 후속 작품이 없다며 나더러 하나 써달라 해서 내가 써준 모노드라마 ‘우리들의 광대’가 히트하여 대학로의 소극장 운동을 앞당기게 했습니다.

최인호는 여기저기 폭발물을 묻어둔 지뢰밭 같은 작가였습니다. 그 폭죽지뢰는 항상 오색 불꽃으로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았습니다. 어느 작가도 내뿜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빛깔의 불꽃이었습니다. 새로운 감성, 새로운 젊음의 문학적 언어로 참신한 도시문학을 꽃피워 우리 문단에서도 천재작가의 하나로 자리매김이 된 것입니다.

그런 최인호 문학의 맥을 잇기 위해 이번에 제1회 최인호청년문화상이 제정되어 ‘두근두근 내 인생’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등을 써서 1970년대 최인호처럼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정예작가 김애란을 제1회 수상자로 선정, 시상하게 되니 축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인호청년문화상을 제정하는 데 견인차가 되어준 이장호, 배창호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2년엔가 인호와 내가 약속한 일이 생각나는군요. 나이가 들도록 수많은 작품은 남겼는데 하느님 앞에 내놓을 기독교를 위한 ‘문서선교’ 작품 하나 내놓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형! 난 최인호가 본 예수를 쓸 테니까 형은 형이 좋아하는 바울을 작품으로 완성하는 게 어때? 시작합시다?”

나는 동감을 표하고 바로 소설 ‘사도바울’ 집필에 들어갔고 인호도 시작했습니다. 난 3년 만에 소설 사도바울 1·2권을 탈고하여 출간했는데 불행히도 인호는 암 투병 때문에 완성을 못 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수술을 할 때도 난 해줄 게 없어 그저 애타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부르짖었을 뿐입니다.

“명철아, 아니 인호야 잘해 보자. 응? 털고 일어나야 해. 네가 쓰는 예수님이 기다리고 있잖아?”

언젠가 누군가는 인호가 탈고하지 못하고 간 그 소설을 완성하여 인호의 제단 위에 올려놓기를 빌 뿐입니다.

소설가 유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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