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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허민의 정치카페

‘이재명 레짐’ 해체 시작… 민주당 위기이자 ‘혁신 없는’ 尹정부 위기

허민 전임 기자
허민 전임 기자
  • 입력 2023-09-26 09:38
  • 수정 2023-10-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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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포스트 이재명 체제’의 향배

李, “특권 포기” 번복으로 리더십·진실성 훼손… 새 민주 지도부, 통합비대위로 단일대오 가능성
혁신 외면한 채 ‘민주당 분란’에 취한 與…‘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총선 치를 땐 위기 현실로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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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레짐’ 해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민주당이 격렬한 ‘레짐 체인지’에 돌입한 것이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나 친명 체제 강화와는 관계없이 이재명의 황혼은 시작됐다.

원내 제1당 민주당과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상대의 무능과 헛발질을 자양분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재명 체제의 균열과 변동은 그 자체로 이 대표의 위기이자 민주당의 위기이지만, 한편으로 이는 혁신 부재 상태로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마주할 가능성이 커진 여당의 위기이며 윤석열 정부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최악의 선택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21일)를 앞두고 가결과 부결 전망이 엇갈렸던 상황에서 이 대표에겐 ‘가결 권고’와 ‘부결 호소’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그 연장에서 ①‘최선’은 국민에 약속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가결을 권했는데, 실제론 부결되는 것이다. 정치적 명분과 실리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최선이었다. ②‘차선’은 가결을 권했고 실제로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되는 것. 자신은 구속될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특권 포기 약속 이행으로 명분을 세우고 당내 고질적인 계파 갈등도 줄일 수 있었다.

③‘차악’은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을 권하고 실제로 부결되는 것. 일신상의 구속은 피할 수 있겠지만, 특권 포기 선언 번복으로 정치적 명분도 대국민 신뢰도 잃게 된다. ④‘최악’은 부결을 호소했는데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되는 것. 정치적 명분과 국민의 신뢰도 잃고 당내 갈등도 격화한다. 이 대표는 ④최악을 선택했다.

단식하는 동안 내내 침묵해왔던 그는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일 하루 전 “검찰 정권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 달라”며 강력한 부결 촉구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결과는 가결이었다. 사실 침묵만으로도 부결을 압박하는 효과를 갖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제1야당 대표의 병상 부결 메시지는 침묵만도 못한 메시지가 됐다.

미국의 역대 대선 후보자들을 오래 연구한 정치학자 도널드 킨더는 지도자의 자질과 특성으로 4가지를 꼽았다. 업무역량(competence), 지도력(leadership), 진실성(integrity), 공감능력(empathy).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던 이 대표는 임기 동안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대국민 약속을 파기함으로써 정치인의 생명이랄 수 있는 ‘진실성’을 훼손했다. 이 대표의 선택은 그런 점에서 최악이었다.

◇체제 변동의 향배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재명 레짐’의 특성에 대해 “이 대표의 폐쇄적 리더십과 부패한 권력 재생산 시스템, 열광적 팬덤이 결정하는 협소한 지지 기반, 이 대표가 고착시킨 민주당의 포퓰리즘적 의사결정 구조 등을 총칭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체제는 문재인 정부 및 친문 진영의 무능과 ‘정치적 부족주의’, 극단적 광기의 정치에 대한 반(反)테제로 구축됐다. 따라서 이재명 체제의 살길은 ‘혁신’이었다. 이 대표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은 혁신에 대한 국민과 건강한 당원들의 열망과 요구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줌 개딸 등 광적 팬덤과 강경파에 둘러싸인 이 대표의 정국 운영은 혁신이 아닌 반동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는 이에 대한 냉혹한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재명 체제의 변동이 곧 민주당의 자멸을 뜻하는 건 아니다. ‘포스트 이재명 체제’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는 선뜻 장담하기 어렵다. 이는 친명과 비명의 정국 시나리오들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와 관련돼 있다. 친명의 시나리오는 ①이재명 체제로 총선(‘옥중공천’ 포함)을 치르겠지만 ②여의치 않으면 ‘친명 비대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비명의 시나리오는 ①‘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는 노력을 기울이되 ②친명이 이재명 체제를 고수하면 탈당·분당도 각오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친명의 ①번과 비명의 ②번이 만나면 정면 충돌하고 당의 분열 원심력은 커진다. 분열은 총선을 앞둔 민주당엔 확실히 악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친명의 ②번 시나리오와 비명의 ①번 시나리오가 만나면 어려움은 있겠지만, 민주당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생긴다.

◇위기의 尹 정부

이재명 대표는 26일 법원에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 대표는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고, 민주당은 창당 이래 첫 ‘현직 대표 구속’이라는 미증유의 불명예를 안게 된다.

여권에 최악이 될지 모르는 시나리오는 역설적이나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이 대표의 궐위 후 친명과 비명이 극적으로 합의해 계파색 옅은 중도 성향 인물을 간판으로 내세운 뒤 혁신 바람을 일으키는 경우다. 비대위원장 선출이나 공천 지분 나누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중대선거’를 앞둔 분열의 후과(後果)를 잘 아는 민주당이 단합을 도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민생 대책과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총선에 내세울 인물도 절대 부족할 뿐 아니라 의제 설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집권당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대통령을 ‘특정 정파의 수장’으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이재명의 몰락과 민주당의 황혼에만 기대며 혁신을 외면한다면 여권은 ‘다키스트 아워’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내년 총선은 ‘전망적 투표’냐 ‘회고적 투표’냐, 혹은 ‘야당 심판론’이냐 ‘정권 심판론’이냐 등의 도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2대 총선은 정치·사회적이고 구조적 변동을 동반하는 선거,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 윤석열 정부를 넘어 대한민국의 운명과 직결되는 ‘재편성선거(realigning election)’이다. 여권이 민주당의 헛발질과 실수만 기다리며 선택편향의 나태를 계속한다면 내년 총선 승리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도 기대하기 힘들다.

◇황혼에 취한 與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는 그의 정치적 운명뿐 아니라 총선의 큰 흐름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권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시나리오는 친명·비명 통합 비대위 출현 및 단일대오 혁신 민주당의 탄생이다. 만에 하나 이 대표가 대표직을 자진 사퇴하는 결단이라도 한다면 무당파 중도 민심이 출렁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여권은 여전히 샴페인 빛 ‘이재명의 황혼’에 취해 있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체포동의안’은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해 국회에 동의를 구하는 것.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295명(가결 정족수 148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149명으로 가결 처리됐음.

‘정치적 부족주의’는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 인간의 집단본능을 소속본능과 배제본능으로 보고, 정치에서 대립과 혐오의 원인을 좌우 구도가 아닌 부족주의 관점으로 분석.

■ 세줄 요약

이재명, 최악의 선택 : 이재명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지만, 결과는 ‘가결’. 특권 포기 선언 번복으로 정치적 명분도 국민의 신뢰도 잃고, 당내 갈등도 격화. 이 대표는 여러 선택지 중 최악을 선택.

체제 변동의 향배 :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재명 레짐’ 해체가 본격화하고 이재명의 황혼이 시작됨. 하지만 체제 변동이 민주당의 자멸은 아님.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계파 갈등을 극복하고 단합을 기할 가능성 있어.

위기의 尹 정부 : 집권당은 정책도 인물도 의제 설정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 여당이 혁신 부재 상태로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마주한다면 이는 여당의 위기이자 윤석열 정부의 위기로 전화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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