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뒤로가기
검색/메뉴
검색
메뉴
오피니언문희수의 시론

유럽 모범국 독일의 추락이 주는 교훈

  • 입력 2023-09-25 11:45
댓글 0 폰트
문희수 논설위원

경제난에 ‘유럽의 병자’로 전락
중·러에 너무 의존하다 역성장
제조 강국 안주해 AI 시대 뒤져

기업 경쟁력이 국가경쟁력 좌우
총선 겨냥 포퓰리즘 확산 불안
한국판 ‘잃어버린 30년’ 경고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 2분기도 제로(0)성장이다. 연간 성장률이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란 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가난해졌다는 소리를 듣는 유로존 20개국의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 내년엔 회복될 전망이지만 예상치는 점점 낮아진다. 2000년대 초반 때처럼 ‘유럽의 병자’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독일 위기의 원인으로는 우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꼽힌다. 중국은 7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중국의 경제 위기가 미치는 여파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믿고 10년 넘게 추진하던 탈원전이 위기를 키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값이 치솟아, 물가 급등·내수 부진을 불러 경제난을 가중시켰다.

그보다 더 치명적인 요인은 내부에 있다. 독일이 인공지능(AI) 시대인데도 자신의 강점인 전통 제조업에 안주하다,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간 것이다. 독일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던 것은 임금이 싼 동유럽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고용 유연성을 강화한 하르츠 노동개혁 등의 효과다. 그러나 이젠 이런 전통적 경쟁력만으로는 안 통한다. 더구나 옛 동독 등 동유럽의 임금 급등, 독일 내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의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평가에서 독일은 1위지만, 디지털 산업은 19위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도 최근 독일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64개국 중 22위로 낮췄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산업만 봐도 경쟁력 저하가 뚜렷하다. 내연 자동차 세계 1위인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에선 미국 테슬라, 중국 BYD·상하이차에 밀려 4위로 처져 있다. 전기차 전환이 늦었던 탓이다. 다른 산업들도 변화에 뒤진다. 독일의 글로벌 기업 CEO들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고 한탄하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이 중심인 점에서 독일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기업들은 독일과 다르다. 새 시대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소형모듈원전(SMR) 등에서 미국·유럽·중동 등 세계 각국이 같이 일하자며 손을 내민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그래도 경제가 이나마 선방하는 것은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 덕분이다.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사회주의 색채가 더 강해진 사회민주당 주도의 독일 연합정부가 지난 8월 파트너인 녹색당의 ‘부자 감세’ 반대와 재정 적자를 무릅쓰고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46조 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 21조 원의 보조금 대책을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더 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보인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대기업을 폄훼하는 인식이 유난하다. ‘부자 감세’ 타령이 끊임없다. 그렇기에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는 주목된다. 10년 전과 비교해 대기업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41%인 반면, ‘낮아졌다’는 9.6%다. 호감이 있다는 응답(58.3%)도 비호감(8.6%)을 크게 웃돈다. 의미 있는 변화다. 수출·투자·일자리 등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불안 요인은 즐비하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이 문제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도 그렇다. 2년 연속 긴축했다면서도 ‘약자 복지’ 강화를 이유로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예산은 17조 원 더 늘렸다.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복지는 일단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고, 지속하기는 더 어렵다. 성남시가 이재명 전 시장이 도입했던 청년 복지수당을 7년 만에 중단한 것이 단적인 예다. 야당은 35조 원 추경안에다, 청년 수당·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을 주장한다. 기초연금 인상은 여야 구분도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위기감은 더 커질 것이다. 경제계에선 한국판 ‘잃어버린 30년’을 우려한다. 독일 여당은 경제난에 지지도가 2년 만에 3위로 떨어졌다. ‘졸면 죽는다’는 말은 누구도 예외 없다. 정부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문희수 논설위원

이 기사를 친구들과 공유해 보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안내 버튼

최근 12시간내
가장 많이 본 뉴스

문화일보 주요뉴스
<em class='label'>[속보]</em> ‘대장동 의혹 증인’ 유동규, 의문의 교통사고…“트럭이 뒤에서 추돌”
[속보] ‘대장동 의혹 증인’ 유동규, 의문의 교통사고…“트럭이 뒤에서 추돌”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재판의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5일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30분쯤 경기 의왕시 부곡동 봉담과천도시고속화도로 봉담 방향 도로에서 유 전 본부장이 탄 승용차가 5t 화물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차량은 대리 기사가 운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유 전 본부장은 뒷좌석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그와 대리 기사 외 다른 동승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본부장은 두통과 허리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정치평론가 유재일 씨도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유동규 대표가 타고 있던 차량을 뒤에서 트럭이 추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차가 180도 회전 후 중앙분리대와 충돌했고 유 대표는 두통과 요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 대표가) 머리 CT 촬영 후 귀가 중”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유 대표가) 내일 라이브는 경과를 보고 진행하겠다고 한다”라며 “내일 오후에 상황을 다시 업데이트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재일 씨는 “대장동이 왜 필요했으며,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설명돼야 한다”며 지난 2월부터 유 전 본부장과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왔다.노기섭 기
기사 댓글

본문 글자 크기를 조절하세요!

※ 아래 글자 크기 예시문을 확인하세요.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본인에 알맞은 글자 크기를 설정하세요.

닫기
좋은 기사는 친구들과 공유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