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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영화감독 된 송강호 “연출 욕심? 전혀”

이정우 기자
이정우 기자
  • 입력 2023-09-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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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영화 ‘거미집’에서 송강호는 열등감에 휩싸인 영화감독으로 분한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영화‘거미집’ 김열 역 열연

정부 검열·창작자 고뇌 풍자
“감독 절대 쉬운 게 아니더라”


한국의 간판 배우 송강호가 영화감독으로 분한다. 그것도 단짝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통해. 김기영, 이만희 감독 등 검열 위협에도 한국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1970년대 영화판의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영화 ‘거미집’(27일 개봉)은 추석 연휴 줄지은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들 사이 ‘영화 만들기’를 소재로 한 조금은 색다른 소동극이다. 그런데 배우들의 욕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촬영 현장처럼, 영화는 결말로 치달을수록 갈팡질팡하며 힘이 빠진다.

영화는 감독 김열(송강호)의 꿈으로 시작한다. 김 감독은 촬영을 끝낸 영화의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란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되면 “싸구려 치정극만 찍는다”는 지적도, “선배 감독 신상호를 베꼈다”는 오명도 뒤집을 수 있다. 재촬영을 하려면 제작사 대표의 반대, 정부의 검열, 배우들의 불신이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관객들은 새로운 걸 원한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밀어붙인다.

김 감독이 영화를 찍게 되기까지를 담은 초반부는 역동적이고 흥미롭다. 체제 유지를 명목으로 정부가 예술에 직접 간섭할 수 있었던 1970년대 유신 시절, 김지운 감독은 창작자의 분노를 담아 풍자적이고 우스꽝스럽게 이 시기를 묘사한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의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 ‘반칙왕’처럼 짠 내 나는 인물의 악전고투를 예고하는 분위기 조성이 탁월하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영화감독 역은 전부터 하고 싶었다”며 “30년 가까이 카메라 앞에만 있다 보니 뒤에서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았다”고 웃었다. 그렇지만 실제 감독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엔 “절대 안 한다”고 했다. “감독은 저마다 고뇌와 열등감을 안고 있는데,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니 절대 쉬운 역할이 아니란 걸 절절하게 느꼈어요.”

송강호의 말마따나 김열 감독이 영화를 찍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충돌하는 배우들의 욕망, 힘들다며 촬영을 거부하는 주연배우와 당국의 검열이란 난관에서 정작 김 감독의 역할은 미미하다. “비난이 무서워 다시 찍지 않으면 죄악이 된다”는 결기는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식 자기 주문으로 쪼그라든다. 김 감독의 치열함이 떨어질수록 김 감독은 소동극의 방관자로 전락하며, “걸작을 남겨야 한다”는 그의 마음은 길을 잃는다.

다만 일본으로 간 제작사 대표 백 회장(장영남)이 돌아와 영화 촬영을 중단시키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백 회장의 ‘따발총 연기’만큼, 김 감독의 좌절감과 모멸감 섞인 얼굴은 극장 밖을 나서도 떠올릴 만큼 인상적이다. 송강호 본인이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은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비애만 보이면 그냥 비애일 뿐”이라며 “그 순간이 관객의 가슴속에 남으려면 뒤에 있는 얼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히들 페이소스란 단어를 쓰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비애보다 비애 뒤의 얼굴이 더 중요하고, 그게 연기인 거 같습니다.”

김 감독이 찍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은 인상적이다. 김지운 감독은 원래 1970년대 표현주의적 흑백 영화를 찍고 싶었다는 듯 열정적으로 영화 속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한다. 욕망의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중심 세트의 나선형 계단 등 미장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이 고루 호연한 가운데, 한유림 역의 정수정이 영화 속 흑백 영화에서 특히 돋보인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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