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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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방 후보자는 원전 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해 금융 지원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일감 확보를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정책의 연장선에 있으며, 원전 산업 생태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추진됐던 일들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신임 장관이 원전 산업 정상화를 위한 다음의 과제들을 조속히 해결해 주길 희망한다.

첫째, 신규 원전 부지 확보 절차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래 에너지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의 이용 확대가 불가피하다. 최소 두 자릿수의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신규 원전을 건설할 부지가 없다. 지난 정부는 영덕 천지 1·2호기와 삼척 대진 1·2호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부지 개발 계획마저 철회했다. 신규 원전을 적시에 건설해 전력 공급을 하기 위해선 부지가 미리 마련돼야 한다. 신임 장관은 신규 원전 수요와 건설 시점을 파악하고, 늦지 않게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의 국내 건설 계획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i-SMR은 수출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정부에서 기획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았다. 탈원전 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때 i-SMR 국내 건설은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건설을 건너뛰고 수출만 하기로 목표를 설정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중소형원자로가 포함됨에 따라 국내 건설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 전력 환경도 i-SMR의 국내 건설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i-SMR을 수출뿐만 아니라 전력 수요가 집중된 산업단지 등에 건설하는 것을 고려한 제반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립 중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i-SMR 건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의 지속적 이용을 위해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분해야 한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 선정을 위한 절차 등을 정하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번 국회를 넘기면 언제 법이 제정될지 불확실하다. 이번 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도록 신임 장관은 만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처분시설 확보 시점도 2050년으로 앞당겨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2050년은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추구하는 ‘2050 탄소중립’에 부합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내 저장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저장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원전 내 저장 기간을 10년 늘리면 1조 원이 넘는 저장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평가된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 2050년 확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 시한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