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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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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역학자 김승섭과 보건의료, 이주민 등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이 함께 쓴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동아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보이는 세상은 여여하지만, 세상 곳곳이 바뀌었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된 취약계층”이 받은 충격은 사실상 지옥을 경험하는 일이다.

“이주민,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아동, 여성 등의 취약계층”은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인종차별, 비장애중심주의, 비정규직 차별, 연령차별, 가부장제의 역사 위에서” 살아왔지만, 전대미문의 감염병 재난 속에서 그들의 “열악하고 위험한 삶의 조건”은 재생산되고 증폭됐다. 이주민들은 팬데믹 시기 “단지 외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외국발 바이러스 보균자 또는 매개자 취급”을 당했다. 다중이용시설은 이주민들의 출입을 막았고, 어떤 일터는 외출 자체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이들에게 더 큰 두려움은 감염이 아니라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이었다. 장애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팬데믹 시기 방역 정책은 기본적으로 “약자에 대한 구조적 소외가 전제된” 것이었다. 100명 이상 거주하는 대규모 시설의 경우 거주 장애인의 절반 정도가 감염됐다. 방역 정보에 가장 소외된 대상으로 저자들은 ‘아동’을 꼽는다. 방역 지침은 소아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집에서만 머무는 기간 동안 아동 학대도 늘어났다. “영유아의 신체적·발달적 특성을 고려한 대책은 부재했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교육 격차와 영양 불균형 문제도 증폭됐다. 여성들은 팬데믹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정책에서 감염병에 대응하는 일선 노동자 중 70% 이상이 여성”이었다. 가정에서도 여성의 몫은 적지 않았다.

김승섭 교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 집중하여 ‘성공적인 방역’으로만 기억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열거한 온갖 차별적 경험을 잊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궁극에는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한국 사회가 배우고 변화해야 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재난은 또 어떤 형태로 우리 앞에 닥칠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와 기억의 경쟁”은 계속돼야만 한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