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박재현 전 사장 박재현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 박재현 전 사장 시절 불법 튜닝에 863만5000원 부당 집행·회계 조작
불법 튜닝 6개월 전 집중호우로 섬진강·금강 일대 대규모 수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수자원공사 측에 "총 7775명에게 376억 원 분담" 결정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관리 부실로 예정에 없던 예산 쓰고도 회계 조작·차량 일지도 없어" 비판
지난해 10월 국조실 공직복무점검 적발 후 감사원 이첩, 감사 진행 중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관용 차량을 불법튜닝(구조변경)하는 데 860여 만 원 가량의 세금을 쓰고, 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21년 2월 박재현 전 사장의 관용차량인 ‘카니발 하이리무진 9인승’을 4인승으로 불법 튜닝하는 데 775만5000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자원공사는 이후 같은 해 2월~4월 사이 3차례에 걸쳐 차량 내부에 목베개, 커튼, 거치대 등 편의 물품을 차량에 설치한 것처럼 회계 전표를 허위로 작성했다. 수자원공사는 1년 뒤인 2022년 5월 한 임대회사로부터 임대한 업무용 차량을 경영부문 출장용으로 지원하기 위해 차량 일부를 개조하는 과정에서는 88만 원을 집행했다. 공사 측은 버스 와이퍼 블레이드 20개를 구입한 것처럼 회계전표를 허위로 작성했다. 차량 개조는 자동차관리법위반 사항으로, 개조하기 전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수자원공사는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튜닝비용 863만5000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불법개조 6개월 전인 2020년 8월엔 집중호우로 섬진강·금강 일대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만 3760억 원에 달했는데, 당시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 및 변경 계획을 주민에게 통보하는 것을 누락하면서 피해가 커진 사실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당시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 총 9053명이 대한민국과 수자원공사, 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3971억 원을 보상하라는 취지의 환경분쟁조정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했다. 이후 수자원공사 측의 과실이 인정돼 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총 7775명에게 376억 원(분담 결정액 1505억 원 중 25%)의 보상금을 분담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이미지 크게보기임이자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임 의원은 "관리 부실로 예정에 없던 376억 원을 쓴 뒤 재정 긴축을 해도 모자랄 판에 회계를 조작해 출근 차량을 불법 튜닝했다"며 "해당 차량에 대한 배차·운행 일지도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무조정실 공직복무 점검에서 적발된 뒤, 감사원으로 이첩돼 감사가 진행중이다. 다만 감사원 결과가 나와도 차량을 직접 이용했던 박 전 사장은 국무조정실 점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자진 사임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전 사장은 인제대 교수 시절부터 4대강 반대 활동을 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으로 금산·영산강 보 해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20년 2월 제15대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2022년 3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박 전 사장은 당초 임기(2023년 2월)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지만, 지난해 11월 사표를 제출했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