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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아있는 과학

라면수프 넣으면 음식 맛이 올라가는 이유는… 글루탐산 감칠맛 덕분

노성열 기자
노성열 기자
  • 입력 2023-08-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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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 살아있는 과학 - 글루탐산과 MSG

아기가 먹는 모유에도 함유
FDA·WHO 인체무해 인정


요즘은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큰 오락이요, 힐링입니다. 지상파 TV와 케이블 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뿐 아니라 MZ세대가 즐겨 시청하는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짧은 동영상 플랫폼에는 온통 ‘먹방’과 ‘먹능(먹기 예능)’이 넘쳐납니다. 5성급 호텔 셰프 출신의 요리사와 재야의 주방장 고수 사이에 요리 대결이 펼쳐집니다.

한마디로 ‘맛있는 음식 전성시대’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알 만한 유명 요식업 종사자 한 명이 불러일으킨 ‘설탕 논쟁’이 잠시 먹방업계를 휩쓸었습니다. 거의 모든 요리에 아낌없이 설탕을 듬뿍 넣으며 “걱정 마세요. 나중에 맛을 보면 알아. 진짜 맛있어진다니까?”라며 일반 시청자의 상식을 뒤엎었던 것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설탕의 단맛은 인체의 제1번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글루코스(포도당)의 맛이라고 설명했었죠. 식물이 태양의 빛에너지와 물을 원료로 원자 상태의 변화를 일으켜 처음 만들어내는 물질이 바로 이 포도당입니다. 1개의 포도당 분자가 사슬처럼 쭉 연결돼 합치면 녹말(전분)이 되고, 이것이 뿌리나 줄기에 열매로 저장돼 우리에게 섭취되는 겁니다. 포도당 1개는 단당(單糖), 2개 붙으면 이당, 3개 이상 결합하면 다당류로 부릅니다. 이들을 모두 합쳐 탄수화물, 즉 탄소 유기물이 물과 결합한 물질이라고 하지요. 곡물을 가공해서 먹는 밥, 빵, 국수가 모두 탄수화물입니다.

다이어트족 사이에서 마치 비만의 원흉인 것처럼 오해를 받는 탄수화물은 사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1차 원료입니다. 뇌에서 생각을 하거나 팔다리를 움직여 운동을 하는 데는 전부 식물이 만들어낸 이 자연의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식물이 태양의 빛(열)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저장했다가 다시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을 열에너지로 순환시키는 과정이죠. 그래서 단맛은 인체가 태생적으로 선호하는 맛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달콤한 분자인 포도당은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원, 비유하자면 원유나 장작인 셈입니다. 세포에서 포도당을 분해하면 ATP라는 연료가 됩니다. 우리가 뇌세포로 생각을 하거나 신체의 세포들로 이뤄진 손발과 몸을 움직일 때 ATP를 태워 에너지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설탕을 듬뿍 섭취하는 게 몸에 좋은지의 논란은 별도로 하고 단맛은 입에 넣는 즉시 뇌가 “야호” 하고 즐거워하는 천연의 에너지 감지 시그널입니다.

그런데 설탕 논쟁과 더불어 영상 매체를 통해 또 하나 논란을 불러일으킨 조미료가 있습니다. 바로 라면 수프입니다. 먹방 프로그램에서는 한참 요리를 하다가 막판에 뭔가 마법의 가루 같은 걸 첨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초청 손님들은 “당신만의 비법 소스냐”고 궁금해하지만 결국 라면 수프로 판명이 납니다. 이 라면 수프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춧가루 같은 매운맛은 기본이고 소금의 짠맛, 약간의 단맛, 그리고 감칠맛이 모두 어우러져 있는 종합 양념입니다. 해외출장의 달인들은 라면 수프만 따로 챙겨가 입맛 향수에 시달릴 때 현지 재료에 수프를 첨가해 그리움을 달래는 모양입니다.

라면 수프만 넣으면 갑자기 음식 맛이 확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그 안에 들어있는 조미료 MSG 때문입니다. MSG는 글루탐산 소듐(monosodium glutamate)을 말합니다. 앞에 말했듯, 설탕과 더불어 인체가 태생적으로 좋아하는 맛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감칠맛입니다. 일본말로 ‘우마미’라고 부르는 감칠맛은 짐작대로 일본 학자가 발견해 명명한 미각의 5번 주자입니다. 원래 기본 맛으로 단, 짠, 신, 쓴맛의 4가지 맛만 인정되다가 1908년 도쿄대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 교수가 다시마를 장시간 끓여 천연 감칠맛의 원료 글루탐산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혀에서 발견되면서 감칠맛은 1985년 기본 맛에 추가되고 현재의 오미(五味)로 정착한 것입니다.

감칠맛은 몸을 만드는 벽돌인 단백질의 분해 성분(20종의 아미노산), 특히 글루탐산이 주는 쾌감입니다. 뼈와 살을 새로 자라게 하고 몸속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효소를 생산하는 재료가 단백질이고 그 맛이 감칠맛이니 사람이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죠. 글루탐산은 다른 아미노산보다 인체가 3배나 더 많이 쓰는 중요 재료입니다. 아기가 먹는 모유의 아미노산 중 절반이 글루탐산이라고 하네요. 글루탐산을 자연에서 추출하려면 대량의 재료가 필요하므로 식품회사들은 이를 인공으로 합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밀을 염산으로 분해하는 산 분해 공법으로 만들다가 사탕수수나 타피오카의 녹말 성분을 발효시키는 공법이 대중적으로 정착됐습니다.

한때 MSG를 ‘악마의 흰 가루’라며 두통과 복통의 주범처럼 오해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화학조미료, 인공조미료라는 이미지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이고 미국의 식품의약국(FDA), 세계보건기구(WHO) 등 권위 있는 기관들은 모두 MSG를 인체에 안전한 식품첨가물, 향미증진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라면을 너무 많이, 자주 먹는 것은 국물 안에 들어간 염분 과다 섭취 때문에 권할 일이 못 되지만 라면 수프에서 나오는 구수한 맛, 감칠맛은 몸에 해롭거나 피해야 할 맛이 아니니 필요할 때 즐겨주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만든 국이나 조림, 찌개가 왠지 밍밍하고 별맛이 나지 않을 때 손님들이 못 보게 살짝 가리고 이 마법의 가루를 슬쩍 쳐서 내면 아마 엄지척을 받지 않을까요.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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