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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남석 특파원



우울증·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던 고교중퇴자이자 공장노동자 출신 무명가수 올리버 앤서니(사진)의 컨트리 송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진보 진영의 ‘정치적 올바름(PC) 주의’에 백안시되던 컨트리 음악이 최근 잇달아 정상에 오르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간 문화전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21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올리버 앤서니의 데뷔곡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Rich Men North of Richmond)가 이날 발표된 빌보드 핫 100에서 테일러 스위프트,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슈퍼스타들의 노래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과거 어떤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수의 데뷔곡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올리버 앤서니 뮤직이 최초다. 이 노래는 ‘너의 달러는 끝없이 세금으로 흘러가’, ‘뚱뚱한 사람들은 복지를 착취해’ 등의 가사로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리치 멘’은 리치먼드에서 북쪽으로 약 160㎞ 떨어진 워싱턴DC의 유력 정치인들을 지칭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본명이 크리스토퍼 앤서니 런스포드인 올리버 앤서니는 지난 10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덥수룩한 붉은 수염에 낡은 초록색 티셔츠 차림으로 앉아 기타 반주에 노래를 불렀다. 영상은 공개 12일 만인 이날 현재 조회 수 3085만 건을 기록했다. 또 순위집계 기간 다운로드 14만7000건으로 2위인 콤스의 ‘패스트 카’의 10배 넘는 수치를 기록했고, 스트리밍 1750만 건을 달성했다.

앞서 베테랑 컨트리가수 제이든 알딘이 진보진영의 PC주위를 비판한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도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컨트리 송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 라디오진행자 클레이 트래비스는 "PC주의가 (대중문화) 콘텐츠의 많은 부분을 장악한 방식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여러분이 보는 것은 반발과 반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