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보성의 한 돼지농가 농장주가 지난달 21일 남긴 유서 뉴시스

4차례 민원 받은 보성 양돈 농장주 극단적 선택
유서에 "민원제기로 너무너무 힘들다"
대한한돈협회, 16일 환경부에서 추모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을 받다가 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돼지농가 농장주와 관련해 양돈업계에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오는 16일 환경부 청사 앞에서 숨진 양돈 농장주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올해 5월 말과 지난달 10일·18일·21일 총 4차례 걸쳐 제기된 민원에 따라 군으로부터 수차례 현장점검을 받았다. 군은 농가에서 심한 악취는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반복된 민원을 고려해 A씨에게 냄새 저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민원이 제기된 지난달 21일 군청 관계자와 통화를 마치고 농가 인근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A씨는 반복된 민원에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남긴 유서엔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민원제기로 너무너무 힘들다. 주변 주민분들 그동한 정말 죄송했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돈 농가들도 비슷한 악취 민원 고충을 호소하며 "규제 속 축산업을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누리집 추모란에는 ‘산업을 보호하고 주민을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저희 농가도 몇 대 째 돼지농장을 운영하는데 악취 민원으로 힘들다. 매일 민원 걱정을 하며 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글이 적혔다.

대한한돈협회는 성명을 내고 "한돈산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소중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산업이나 늘어나는 냄새민원과 행정규제로 인해 축산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무리한 규제로 생을 저버리는 상황을 두고 전국 한돈농가들은 깊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보성군 웅치면에서 축산업을 시작한 A씨는 대한한돈협회 보성지부장을 역임했다. 그의 농장은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농림축산식품부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으며 지역 한돈산업계에서 모범 농가로 꼽히기도 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