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이 지난 4일(현지시간) 흑해에서 러시아 유조선에 접근하고 있다. 로이터와 AP 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림반도 인근 흑해에서 러시아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WSJ “비싸지 않지만 작고 요격 어려워…러시아 그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인근에서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에 잇따라 타격을 입히면서 흑해 패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은 특히 비싸지 않으면서도 작고 방어가 어려워 ‘가성비’가 우수하다고 WSJ는 평가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흑해 주변의 러시아 해군 기지나 주요 항만 시설 등을 공격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흑해 곡물 협정 종료를 선언하고 주요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항을 공격한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에서 무시 못할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해상 드론이다.

전문가들은 해상 드론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방어·탐지가 어렵고, 특히 더 큰 선박에 해상 드론이 접근할 때 그 각도가 가팔라서 요격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스콧 사비츠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작은 선박은 타격하기 어렵다. 여러 대가 떼 지어 있으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이달 초 폭발물을 실은 무인 보트로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러시아 군함을 공격한 데 이어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 유조선을 타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이 러시아가 무기와 연료 운반에 필요한 항구와 군함, 화물선을 방어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만들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군축협회(ACA)의 가브리엘라 이벨리스 로사 에르난데스 연구원은 드론 공격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정상 상태란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드론을 자국에서 개발·생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자체 개발한 해상 드론을 서방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길이 5ｍ의 카누 모양으로, 폭발물 300㎏을 실을 수 있고 최고 속도는 시속 80㎞까지 낼 수 있다. 공격 범위는 80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함대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이번 전쟁으로 파괴된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WSJ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될 당시 흑해 주둔 함대의 5분의 1만을 넘겨받았고, 그나마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이 중 80%를 잃었다. 더욱이 러시아가 침공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남은 기함이 러시아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므콜라이우 항구에서 철수했다.

해상 드론은 그동안 수십개 국에서 생산됐지만, 대규모로 사용된 것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이라고 WSJ은 전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