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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우리말 생활 2023 - 9. 교통안전분야 용어 <上>

교통, 안전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모든 국민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국어, 외래어의 사용을 지양하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교통안전 분야에선 외국어와 외래어의 사용이 아직 일상생활에 흔히 퍼져있다. 선루프, 바리케이드, 패트롤 등이 여전히 남용되는 사례다. 선루프는 ‘지붕창’으로 순화해 사용할 수 있다. ‘바리케이드’는 방어벽으로 바꿀 수 있다. 스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어인 ‘패트롤’은 ‘안전 요원’이라는 훨씬 이해가 빠르고 쉬운 말이 있다.

생소한 용어들은 순식간에 스며들어와 외래어로 고착되기도 한다. 2010년부터 4년간 서울에서 13차례나 큰 규모로 발생한 ‘싱크홀’이 대표적인 예다. 싱크홀은 ‘함몰 구멍’ 또는 ‘땅꺼짐’으로 순화해 사용하는 것이 직관적이다. 야생동물이 도로에 뛰어들어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고를 뜻하는 ‘로드킬’은 ‘동물 찻길 사고’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고속도로, 국도 등에서 요금을 납부하는 장소인 ‘톨게이트’는 ‘요금소’로 대체하는 것이 이해가 쉽다.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도 있다. ‘사인 보드’는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정확한 명칭을 몰라 혼란스러울 수 있는 단어다. 이는 ‘안전유도판’이라는 쉬운 우리말로 대체 가능하다. 계단이나 보행로, 화장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잡이인 ‘핸드 레일’은 ‘안전 손잡이’로 바꿔 쓸 수 있다. ‘핫 스폿’은 ‘고위험 지역’으로 순화할 수 있으며, ‘라이프 태그’는 ‘생명팔찌’, ‘방사선 피폭’은 ‘방사선 노출’로 대체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순화어가 국내에 잘 정착된 사례도 있다. ‘스쿨 존’은 ‘학교’를 뜻하는 ‘스쿨(school)’과 구역을 뜻하는 ‘존(zone)’이 합쳐진 단어로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구역을 뜻한다. 국립국어원은 ‘스쿨 존’을 우리말인 ‘어린이 보호 구역’으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순화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스크린 도어’와 ‘블랙 아이스’도 순화어가 대중들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단어들이다. 평상시에 닫혀 있지만 열차의 도착에 맞추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문을 뜻하는 ‘스크린 도어’는 ‘안전문’으로 순화하면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도로 표면에 생긴 얇은 빙판인 ‘블랙 아이스’는 ‘도로 살얼음’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문화일보 · 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