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국에 불볕더위가 이어진 3일 오전 강원 인제군 소양강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물이 주변 산보다 더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한강 최상류이자 수도권 식수원인 이곳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처음이다. 문호남 기자

수온상승에 양식장 관리도 비상

춘천=이성현·부산=김기현 기자

“상수원인 소양강댐 상류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 매우 이례적입니다.”

2일 오후 수도권 상수원인 강원 인제군 소양호 일원에서 녹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던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지사 관계자는 연신 땀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소양강댐 상류인 이곳에서는 지난달 28일 녹조가 처음 발생하기 시작해 현재 약 4∼5㎞ 구간까지 확산했다.

3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소양호 상류의 물은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까지 흘러들어 가는데, 취수원인 소양강댐 상류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것은 댐이 건설된 197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소양강댐이 연간 흘려보내는 물의 양은 수도권 용수공급량의 45%가량인 12억t에 이른다. 말 그대로 ‘수도권의 젖줄’인 셈이다. 한 어민은 “여기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자원공사는 녹조 발생지역이 소양강댐과 30㎞가량 떨어진 데다 현재까지 추가 확산 조짐도 없어 수도권에 공급하는 수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취수원 턱밑까지 녹조가 확산하자 방제 작업과 함께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녹조는 지난 7월 집중호우에 인과 질소를 포함한 불특정 오염원이 대거 상류에 유입됐고 한낮 35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녹조 발생의 최적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안에도 수온이 상승하면서 양식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남·서해안 4개 만(전남 득량·여자만, 경남 진해만, 충남 천수만)에 고수온 경보가 유지되고 있다. 고수온 경보는 28도 이상의 수온이 3일간 지속하면 발령된다.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 속 산소량이 줄어들며 물고기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전남 여수시 가막만∼나로도 동측에 일시적으로 용존산소량을 낮출 수 있는 무해성 적조띠가 관찰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