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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소각시위에 국제사회 ‘가치갈등’

스웨덴서 이슬람명절 겨냥 집회
튀르키예 “극악무도 행위” 성명
이슬람권서 맞불 시위까지 번져

덴마크 “소각 시위 규제” 발표에
언론침해 주장까지 나오며 반발

미국 동성 결혼 합법화 논란 등
세계곳곳 ‘자유’ 놓고 다툼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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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란(이슬람 경전)에 붙은 불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올 초부터 스웨덴에서 간간이 이어오던 ‘쿠란 소각 시위’가 덴마크에 이어 북유럽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슬람 국가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키를 쥐고 있는 튀르키예까지 스웨덴의 쿠란 소각 시위 허용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며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서방과 이슬람권의 진영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외교적 사안으로 비칠 수 있지만, 핵심은 ‘가치 갈등’이다.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느냐 아니면 상대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느냐를 사이에 둔 선택의 문제란 뜻이다. 법으로 보장된 자유를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을 이유로 제약하기 시작하면 자칫 권위주의 시기가 도래할 수 있어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최근 유럽에서 정권을 잡기 시작한 극우 정치인들이 자신들에 반대하는 언론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해당 사례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싫어한다는 표현이 혐오인가 자유인가를 놓고 국제사회의 토론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노르웨이 오슬로 의회 건물 앞에서 지난 7월 29일 한 남성이 쿠란을 불태우고 있다. 트위터 캡처

◇쿠란 소각 시위…테러 부르기도=지난 6월 28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 외곽 앞, 메카의 연례 성지순례 이후 열리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아드하’를 겨냥한 시위가 열렸다. 200여 명이 참가한 시위로, 스웨덴 당국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 집회였다. 문제는 한 참가자가 쿠란을 불태우며 불거졌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이 즉각 “극악무도한 행위”라며 성명을 냈고, 모로코 외교부도 스웨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며 항의했다. 하지만 쿠란 소각 시위 이후 덴마크 코펜하겐의 이집트·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도 계속해서 진행되자 이슬람권에서도 ‘맞불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쿠란 소각 시위는 사실 매해 반복되는 논쟁이다. 2010년 9월 11일 미국에서 테리 존스 목사가 ‘국제 쿠란 소각의 날’을 예고하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존스 목사는 2001년 9·11 테러 9주기를 맞아 이를 계획했지만,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며 좌초됐다. 이후 일부 유럽 극우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쿠란 금지 주장, 쿠란 소각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1월 스톡홀름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주변에서 쿠란을 불태운 덴마크 극우 정당 ‘강경노선’ 라스무스 팔루단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에 대한 비판 표현도 이슬람에 대한 비판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같은 양상이다. 2007년 스웨덴 만화가 라르스 빌크스는 개의 몸을 한 무함마드를 그렸다가 극단주의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비롯해 수많은 이에게서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빌크스는 202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도 무슬림과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자주 실었다는 이유로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들에게 총기 난사 테러를 당했다.

◇혐오·증오범죄 vs 언론·표현의 자유=이슬람 국가들은 이와 같은 행위가 명백한 ‘증오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가 시위를 허용하며 자국 내 소수인 무슬림 탄압에 일조하고 있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은 지난달 30일 쿠란 소각 시위를 막을 법적 방법을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에 대한 테러 등 안보 위협까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즉각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잠재적 제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유럽에서 개인이 그 누구의 제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인 ‘언론의 자유’를 가장 오랜 기간 보호해왔는데, 이슬람권의 압력에 굴복해 자유를 포기하느냐는 지적이다. 모르텐 메세르슈미트 덴마크 인민당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덴마크에선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곳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으며, 이는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미국에서는 특히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센데, 2019년 미국에서는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동성 결혼 청첩장 제작을 거부한 웨딩 업자들의 손을 들어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웨딩 사업을 하는 조아나 두카, 브리아나 코스키는 애리조나주의 반차별 조례에 의해 표현의 자유, 연설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동성 결혼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쾌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청첩장 제작을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2016년에도 30대 여성인 웹디자이너 로리 스미스가 남성 동성애 커플의 웨딩 웹사이트 제작을 거절하겠다며 콜로라도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6월 30일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콜로라도 주법이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6 대 3으로 스미스의 손을 들어줬다.

◇‘자유’ 강조하는 이유는…폭력의 수단화 우려도=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같이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가르는 핵심 가치가 ‘자유’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는 북한과 한국이 명확하게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자유가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의 딜레마 역시 해소해야 할 과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를 빌미로 내민 혐오가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014년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 앞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벌인 일베 등 극우사이트 회원들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집회·시위 과정에서의 물리적 폭력도 고심 거리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6월 알제리계 17세 나엘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며 전국적 시위가 일었는데, 지난 3월 연금 개혁 시위와 마찬가지로 시위대가 공공장소에 불을 지르고, 쇼핑몰을 약탈하는 등 범죄 행위를 벌여 논란이 됐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