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수사준칙 담긴 ‘檢 송치 요구권’ 명문화하는 개정안도 발의
법조계 "같은 사안을 두고 몇 년 만에 입장 180도 바뀌어"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을 두고 검찰 권한 유지 시도라고 비판한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엔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했을 때 검찰의 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준칙 개정안에서 명시한 검찰의 송치 요구권을 명문화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준칙을 둘러싸고 불과 몇 년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 의원은 최근 보완수사에 대한 경찰 전담 원칙을 폐지하고 불송치 사건 재수사의 경우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는 기준을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사준칙 개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준칙은 민생 준칙’이라고 했지만, 검찰 권한을 유지하려는 번지르르하고 겉멋 든 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우리 사회는 검·경 상호 존중으로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사회적 노력 일환으로 수사·기소 분리, 경찰 수사종결권 확대, 고발인 이의신청권 제한 등이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는 일념만 관철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수사준칙 개정을 통한 검찰의 ‘송치 요구권’ 명문화 등 검찰의 경찰 수사 종결권 견제 방안 등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권 의원은 2019년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각각 형사소송법·검찰청법에 담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을 땐 현재와 정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같은 해 5월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권 의원은 원내정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주도로 추진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판하며 "경찰이 수사를 미진하게 하거나 부실하게 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했을 경우에 대한 견제 방안이 없다"며 "여기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이 논의가 충분히 형사소송법에 담기지 못한 채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상정됐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2021년 1월 권 의원은 검찰의 ‘송치 요구권’을 명문화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경찰의 사건 불송치가 위법·부당하거나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추가 수사가 필요할 땐 검사는 경찰에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는 이용구 법무부 전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과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커졌을 때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권 의원이 국민의힘에 제명을 요구하며 당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데, 수사준칙 개정과 관련해서도 같은 사안을 두고 180도 다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입장을 바꿔 더불어민주당 측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