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몸 일부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길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건데 나도 좋은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20대 여성이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5일 장태희(29·사진) 씨가 경북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 신장(양측)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장 씨는 5월 20일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장 씨 가족은 딸이 TV에서 생명나눔을 실천한 뉴스를 보며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건데 나도 좋은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며 유언처럼 그 뜻을 이뤄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난 후 딸의 몸 일부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것 같아서 기증을 결심했다.

경북 칠곡군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장 씨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늘 남을 먼저 배려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프랑스 자수하는 것을 좋아했고, 디자인을 전공한 후 가게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 한정예 씨는 “사랑하고 사랑하는 내 딸 태희야. 다음 생애에는 더 밝고 씩씩하게 긴 생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겠다. 우리 태희, 아빠 엄마 오빠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잊지 않고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살게.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자. 우리 딸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