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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보여주고 몇 개를 외울지 예측해 보게 하자 성인은 예상한 것에 56%를 맞았고, 청소년은 20%에 불과했다. 성인은 자기 능력에 맞춰 평가했지만, 청소년은 안 되었던 것이다. 10대는 무조건 못한다고 하거나, 다 할 줄 안다고 큰소리치는데 실력이 형편없기 일쑤다. 자신의 인지 상태를 자각하는 메타인지의 발달 차이 때문으로 성인이 되어도 개인차가 있다. 구본권의 ‘메타인지의 힘’(어크로스)에서는 두 10대 소녀의 사례가 소개되는데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다.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아사다 마오는 12살 때부터 주특기로 삼았다. 반면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을 익히기 어렵자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반 바퀴 적은 트리플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며 다른 기술과 연결시키는 데 집중했다. 몇 년 후 김연아는 동계올림픽에서 최고 점수를 받고 피겨 퀸이 되었는데, 10대 중반에 이미 메타인지가 발달한 덕분이었다.

저자는 메타인지 능력이 10대와 성인을 가르는 인지능력을 넘어 현대사회 생존과 성장에 갈수록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정보가 넘쳐나고,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얼마나 많이 아느냐는 양적 측면보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잘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콜롬비아에서 비행기 추락사고 후에 4남매가 40일 만에 아마존 정글에서 생존해 있다 구조된 일이 있었다. 미국의 산림구조대원은 길을 잃었을 때 생존의 열쇠는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 아이들이 멀리 벗어나지 않고 구조를 기다려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어른보다 현명하게 대처한 사례이다. 이렇게 문제 해결의 출발은 내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과 지금까지 알던 지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인데, 바로 메타인지의 한 요소다.

인터넷은 주의 깊은 지식 습득, 귀납적 분석, 비판적 사고, 상상력을 떨어트린다. 그 결과 주의력은 희소자원이 되었고, 창의력이 자랄 공간이 모자라게 되었다. 지금 정보의 바다에 허우적대거나, AI와 알고리즘에서 제시한 흐름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메타인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뇌과학, 역사, 생물학, 심리학을 망라한 방대한 지식을 전달한다. 아는 게 이렇게 많은 저자는 자신의 메타인지를 어떻게 관리할까 궁금해지는 지적 포만감을 주는 책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