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기각될 경우 즉시 직무복귀 후 수해 피해 현장 찾을 듯
탄핵 인용될 경우 즉시 파면…尹 정부에 악영향 불가피

지난해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책임을 물어 국회가 탄핵 소추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25일 나온다. 지난 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이 장관은 즉시 직무복귀하고, 반대의 경우엔 즉시 파면된다. 기각될 시 이 장관은 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복귀해 수해 피해 현장부터 찾을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이 장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가 커진 데다 지방교육세 부과 착오로 세수 손실을 발생시키는 등 해이한 모습을 보여 내심 ‘실세 장관’의 귀환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 심판을 선고한다. 주심은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맡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에 나오는 결정이며,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때로부터는 167일 만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탄핵소추안에 동의하면 이 장관은 즉시 파면된다. 소추위원 측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 모두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올해 2월 8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발의에 참여했다. 탄핵소추안은 이튿날 헌재에 접수됐다. 헌재는 두 차례 준비 기일을 열고 사건의 쟁점을 정리했다. 쟁점은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 준수 여부 등으로 압축됐다. 이후 네 차례 공개 변론을 열어 국회와 이 장관 측의 주장을 들었다.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최후 변론에서는 탄핵의 타당성을 두고 국회와 이 장관 측이 첨예하게 맞섰다. 청구인인 국회 측은 "이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국가의 책임을 그리고 책임을 다했는지 국가 기관에 묻는 탄핵 심판"이라며 "다시는 이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고 손상된 헌법질서가 회복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청구인 측 주장과 같이 일방 추상적 규정에 근거해 탄핵을 인정하게 되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고 결국 탄핵제도가 법적 책임이 아닌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로 변질된다"며 "도의적, 정치적 비판을 떠나 재난 주무장관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참사에 있어서 중대한 법적 책임이 없는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재 결정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이 장관이 파면될 경우, 이태원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중대하다고 인정한 것이어서 향후 국정 운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의 장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조직이 동요하고 주요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이 장관이 즉시 복귀하면서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해 행정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민주당과 야권을 향할 전망이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