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 정문 앞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놓이고, 추모 메시지들이 벽에 붙어 있는 가운데 한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서이초 동료 교사들 갑질 증언

학폭 담당 교사에 고압적 태도
“학교차원서 함구 지시” 주장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경위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학부모 갑질 피해를 당했다는 해당 초교 교사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202n년부터 2023년까지 서이초에서 근무했었거나, 현재도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의 제보를 받았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는 제보 교사들의 신상이 특정되지 않도록 근무한 해를 ‘202n년’으로 표기했다.

노조가 공개한 익명 제보 내용을 보면 서이초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 교사는 사안 처리 당시 한 학부모가 “나 ○○아빠인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서이초 민원 수준에 대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했다. A 교사는 학교폭력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 상당수가 법조인이었다고 했다. 또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 대부분 교사가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주장했다.

B 교사는 지난해 3월부터 서이초에 낮은 연차의 교사 5명이 근무했는데 “경력이 있던 나도 힘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고인과 같은 학년 소속은 아니었으나 같이 근무했다고 주장한 C 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D 교사는 고인의 학급 수업 시간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었고, 이로 인해 출근할 때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제보했다. E 교사는 지난주에 고인이 맡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은 일이 있었고, 학부모는 교무실을 찾아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폭언했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서이초가 사건을 축소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F 교사는 “학교 차원에서 함구하라고 해서 그냥 있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경찰에서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는 의견만을 내놓고 있지만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추가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며 “경찰과 교육 당국은 유족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