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빵식이 아재’ 김쌍식 씨가 20일 ‘행복베이커리’ 주방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 M 인터뷰 - 대한민국 어린이대상 -(1) 경남 남해 ‘빵식이 아재’ - 김쌍식 제빵사

빵집 열고 이듬해 2020년부터
무료 진열대 가득 빵·음료 채워

형편 어려운 아이들 위해 시작
정작 눈치 보며 못 가져가더라
이젠 학생 누구나 챙겨가게 해

주말엔 400여명이 ‘돈쭐’ 방문
책·밀가루·홍삼젤리 등 후원도

아직 월세30만원 원룸에 살지만
변치않는 마음으로 봉사할게요

인터뷰(남해) = 박영수 전국부 차장 buntle@munhwa.com

‘빵식이 아재’ 김쌍식 씨가 20일 ‘행복베이커리’ 주방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아래 사진은 아침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김 씨가 문밖에 설치한 무료 빵 진열대. 문호남 기자
경남 남해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제빵사 김쌍식(49) 씨는 아이들에게 유명인사다. 아침을 거르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가게 앞에 무료 빵을 내놓아 ‘빵식이 아재’로 통한다. 3년 전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LG의인상을 받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그의 빵집(행복베이커리)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은 그의 선한 마음을 읽고 ‘돈쭐(돈으로 혼쭐 내 준다는 의미)’ 내러 찾아온다. 세월이 흐르면 변한다지만 그의 삶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빵이 잘 팔리면서 아이들에게 빵을 더 많이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버는 만큼 지원하는 곳도 늘었다. 남해 특산물인 시금치, 유자, 마늘로 만든 유기농 빵도 개발해 지역 농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청년이 떠나고 볼거리가 부족해 한산했던 남해읍 거리가 북적이는 것도 그의 가게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하고 따뜻한 빵 냄새 덕분이다. 그의 작은 나눔이 팍팍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남해로, 그의 빵집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20일 남해읍의 한 건물 1층 모퉁이에 자리 잡은 36㎡(약 11평) 규모의 행복베이커리 문 앞에는 허리쯤 오는 2단 높이의 진열대가 놓여 있었다. 진열대 앞에는 ‘배고프지?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 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기도 힘들지용’이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 팻말은 김 씨가 빵집을 연 이듬해인 2020년부터 붙인 것이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열대에 빵이 가득 놓여 있었다. 작은 가게 안쪽 주방에서 김 씨는 30도가 넘는 오븐 열기와 싸우며 오전 5시부터 7시간째 혼자 빵을 만들고 있었다.

―최근 어린이 3만 명이 뽑은 ‘어른이대상’을 수상했는데 소감은.

“사실 공황장애가 있어 공개석상에 나가는 것이 불안해 거절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뽑아준 상이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약을 먹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참석해 보니 아이들이 사진 찍자고 우르르 몰려와 놀랐다. 아이들이 너무 생기있고 활발하게 맞아줘 내가 아이들이 뽑아준 그 ‘빵쟁이’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상을 받아 행복하고 기뻤다.”

―아이들 등굣길 빵 기부의 시작은.

“처음 빵집을 시작했을 때부터 빵 나눔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전까지는 가게가 마트 안에 입점해 있어 오픈시간 등 공간적·시간적 제약으로 못했다. 그러다 직접 빵집을 열면서 시작하게 됐다. 오전 5시에 나와 소보로, 카스텔라, 쿠키 등 매일 아이들이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종류의 빵을 내놓고 있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 주변에서 많이 받았던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 같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침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김 씨가 문밖에 설치한 무료 빵 진열대. 문호남 기자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은.

“지난달 한 모녀가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와 엄마였다. ‘서울에서 엄마 하고 왔어요. 아저씨 팬이에요’라며 편지를 주고 갔다. 편지에는 ‘아직 어려서 큰일은 못하겠지만 작은 일이라도 천천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안 쓰는 책, 옷 기부하기, 한 달에 5000원씩 기부하기, 학교 봉사 활동하기 등을 해봐야겠다. 아저씨의 마음, 정신을 본받아 살아야겠다’고 적혀 있었다. 읽는 순간 부끄럽고 감동적이었다. 양산과 거제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방문해 빵 만드는 데 보태달라며 1명당 500원씩 모은 성금 3만7000원과 5만 원을 내놓고 갔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는 뭔가.

“기부는 습관이다. 봉사하는 분들이 다 그런 것 같다. 안 하면 죄짓는 느낌이랄까. 애들이 아침마다 와서 빵을 가져가며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LG의인상(2021년)이 인생에서 전환점이었던 것 같은데.

“2021년 LG의인상을 수상하고 방송에도 나간 후 전국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찾아와 한 달 동안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선 적도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줄었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300∼400명은 방문하고 있다. 매출이 이전보다 3배 정도 뛰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장사가 안 돼 빵과 함께 내놓을 음료수를 살 돈이 없어 열흘 정도 못 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되게 됐다. 아직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인 원룸에 살고 있지만 혼자 살던 저에게 마음을 나눌 사람이 생긴 것도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기부도 늘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장애인단체와 학교 축구부 등 6곳에 기부하고 있다. 혼자 빵을 만들어 기부하는 덴 한계가 있어 지금은 현금 기부가 늘었다.”

김 씨는 빵집을 처음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연간 2000만 원가량을 기부했으나 매출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장학금과 물품 지원을 포함해 배로 늘었다고 한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제빵기술을 지원해 직접 일을 하고 판매도 하는 사회적기업 형태의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지역농산물로 빵을 만들어 인기라던데.

“남해 특산품인 시금치, 유자 등으로 유자 카스텔라, 시금치 비스킷슈, 마늘식빵, 땅콩호박 카스텔라 등 유기농 빵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 유자는 연간 1.7t, 시금치 분말도 200㎏가량 쓴다. 농가에 도움이 되고 빵을 사러 오시는 관광객분들에게 남해 특산물을 알릴 수 있어 저도 기분이 좋다.”

―전국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강원도에서, 경기도에서, 제주도에서 남해를 여행지로 잡아서 오는 분들이 많다. 돈을 몰래 두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제가 받을 수 없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다시 내놓았다. 절대 그러시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난감하다. 한 대형 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책(700여 권)을 보내줘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요구르트 회사에서도 1년간 후원해 줘 빵과 함께 음료수로 제공했다. 지금은 수도권에 계시는 분이 매달 밀가루 1포를 보내주시기도 하고 한 약사님도 홍삼젤리를 보내줘 빵과 함께 내놓기도 했다.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죄스럽고 빚지는 느낌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보다 더 (기부를) 잘하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다만 변함없이 꾸준하게,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빵집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돈이 생기면 오히려 불안하다.”

―끝으로 해줄 말은.

“저도 처음에는 아침밥을 못 먹고 등교하는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빵을 내놓았다. 그런데 생각이 틀렸더라. 오히려 그런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환경을 숨기려고 다른 아이들 눈치를 보며 빵을 가져가는 것을 망설였다. 도와주려던 내 생각이 오히려 아이들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구분 없이 빵을 가져가도록 둔다. 우리 사회도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구분 짓지 말고 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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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3만명이 뽑은 ‘최고의 어른이상’ 수상… “빵쟁이 인생에 가장 의미있어”

두차례 거절한 ‘LG의인상’ 받고
상권 활성화로 ‘경영대상’ 영예

경남 남해 행복베이커리 대표 김쌍식 씨는 선행이 알려지면서 ‘최고의 어른이상’ ‘LG의인상’ 등을 수상했다. 주로 어린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선행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달 30일 어린이 3만 명이 투표로 뽑은 ‘최고의 어른이상’이 그에게는 가장 뜻깊을 수밖에 없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2021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대한민국 어린이대상’은 만 19세 이하의 아동·청소년들이 아동 권리 증진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를 선정해 주는 상이며 최고의 어른이상은 대한민국 어린이대상의 한 부문이다. 3회 대한민국 어린이대상 최고의 어른이상에는 1회 때부터 후보에 오른 김 씨가 선정됐다. 3년 동안 모은 용돈으로 달걀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던 육지승 어린이는 최고의 어린이상 수상자로 뽑혔다. 김 씨는 시상식장에서 몰려든 아이들로부터 압도적인 환영을 받았다. 또 최고의 착한 기업상 오뚜기, 최고의 작가상 웹툰 작가 와난, 최고의 영상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최고의 스타상 방탄소년단 제이홉 등이 각각 선정됐다.

김 씨는 2021년 7월 ‘LG의인상’을 수상했다. 김 씨는 수상을 두 차례 거부했지만 ‘상을 받고 더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 설득으로 상을 받았다. LG의인상은 LG복지재단이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이어 2015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말 ‘경남도 소상공인 경영대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경남도가 창의적인 경영활동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소상공인을 위해 2018년 제정한 상이다. 김 씨는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다양한 빵을 개발해 남해 농산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빵 가게가 관광객 방문 코스로 자리잡아 남해읍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준 공로로 이 상을 받았다.

남해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