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 충남 논산시 성동면 금강 지류 논산천 제방 붕괴 현장에서 긴급 복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논산시 제공

재난지역 13곳중 7곳이 금강
논산엔 하상 섬만 4곳 생기고
세종 인근 대규모 퇴적도 외면

논산·대전=김창희 기자, 익산=박팔령 기자

“강바닥 퇴적토를 제거해 물그릇을 키워야 하는데 지난 10여 년간 한 번도 준설을 한 적이 없어요.”

이번 집중 호우로 1987년 금강 대홍수 이후 처음으로 금강 본류 제방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논산시 성동면 주민 김모(63) 씨의 푸념이다.

금강 중하류권의 수해가 극심한 가운데 소위 ‘4대강 콤플렉스’로 10년 이상 금강 본류와 지천 준설을 외면해온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극한 호우 등이 극심해지는데도 준설 등 물그릇 키우기 사업에 대해 ‘4대강 사업의 연장’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극렬 반대해온 환경단체 눈치를 보느라 물관리 당국이 가장 기본적인 치수 대책을 소홀히 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시각이다.

20일 물관리 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집중호우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전국 13개 자치단체 가운데 7곳이 금강 유역 지자체다. 충남 논산·부여·청양·공주, 세종, 충북 청주 등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특히 금강 물이 모이는 중·하류권의 피해가 극심했다.

충청권 금강 유역의 경우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준설사업이 시행된 이후 13년간 거의 강바닥 준설토를 손대지 않아 하상 곳곳에 퇴적층이 형성된 상태다.

논산지역 금강권의 경우 하류 웅포대교 지점에 하상 섬이 4곳에 달할 정도로 토사가 쌓여 있지만 준설이 진행된 적이 없다.

세종시를 지나는 금강 하상 역시 매년 대규모 토사 퇴적이 진행되지만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미호강 역시 전임 이시종 충북지사가 준설 등을 추진했으나 환경단체가 ‘작은 4대강 사업’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좌절된 바 있다. 이처럼 환경부와 지자체가 환경단체 눈치를 보면서 국가·지방하천에 대한 하상관리와 준설 등 기본적인 치수 대책을 나 몰라라 한 것이 이번 수해의 한 요인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준설 필요성을 제기하는 지자체장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최근 “둑을 높이기는 어려운 만큼 하천 바닥을 깊이 파는 준설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성현 논산시장도 “준설을 소홀히 한 것이 수해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국지성 호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상과 제방, 배수펌프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