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27일 광주 서구 서빛마루센터 4층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사진은 빗물에 젖은 천장 면이 허물어진 모습. 연합뉴스

광주문학관 우수관 역류 탓
내부 누수에 내달 개관 연기

새만금개발청·광주송정역도
빗물 쏟아져 침수 피해 입어

“부실시공 여부 등 점검해야”

광주=김대우·군산=박팔령 기자

최근 계속되고 있는 극한호우로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인 신축 공공건물에서 잇따라 누수 피해가 발생,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대부분이 일시에 쏟아진 폭우로 우수관 처리 용량을 초과하면서 발생해 기후변화에 맞춰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가 170억 원을 들여 건립 중인 광주문학관이 오는 8월 개관을 앞두고 누수 피해를 입어 개관이 한 달가량 연기됐다. 광주에 시간당 51.7㎜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11일 광주문학관 2층 테라스에 설치된 빗물받이 우수관이 역류해 건물 2층과 1층 내부로 빗물이 흘러드는 피해를 입었다. 이 누수로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던 천장 석고보드와 바닥 타일 등이 파손돼 한 달간의 보수공사가 불가피하다. 발주처인 광주시종합건설본부 조사 결과 시간당 20~30㎜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우수관에 50㎜가 넘는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역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 종합건설본부는 통상 외부에 설치해야 하는 빗물받이가 건물 내부 테라스에 설치된 점 등 설계상 오류를 포함한 부실시공 여부를 검토해 감리단과 설계사무소에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앞서 코레일이 국비 390억 원을 투입해 지난 5월 31일 개장한 광주송정역 주차빌딩도 지난달 27~28일 내린 폭우로 빗물이 역류하는 누수 현상이 발생해 1·2·6층 일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광주 서구가 226억 원을 들여 건립한 서빛마루센터도 지난달 27일 개관을 하루 앞두고 폭우에 빗물이 내부로 흘러들어 개관이 지난 11일로 2주간 연기됐다. 구는 기록적인 폭우로 빗물 저류조의 용량이 초과해 빗물이 역류한 것으로 파악하고 배수관 교체와 우수관을 추가 신설하는 등 시설 개선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도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새만금개발청 2층 전산실과 3층 교류과·정보민원과, 4층 식당, 6층 전망대 등 청내 대부분의 공간에서 빗물 누수 현상이 나타나 직원들이 업무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연간 5억5000만 원을 내고 2011년 지어진 한국농어촌공사 건물을 임차해 사용 중인데 그동안 여러 차례 누수 공사를 했지만 비가 올 때마다 수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기 부천시가 1148억 원을 들여 지난 5월 개관한 부천아트센터에서도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지하주차장에서 빗물이 새는 등 전국 공공건물의 누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신축 건물에서 누수나 균열이 발생한 것은 설계·시공을 감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설생태계 붕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기후변화에 맞춰 관련법 개정 등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