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2일 인천 연수구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가 시 조례위반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지자체 첫 조례안 시행
행안부 제동에 행정소송 진행

광주, 9월 시행위해 조례 추진
울산은 지정게시대 65곳 설치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전국종합

인천발(發)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에 이어 광주시도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을 부정하는 조례를 입법 예고하는가 하면 울산시는 정당현수막 전용 지정 게시대 65개를 별도 설치해 이곳에서만 정당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17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인천시는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정당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8일 공포하고 한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2일부터 시행했다. 행정안전부는 인천시 개정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법안을 의결한 인천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토록 했지만 인천시가 이를 거부하자 대법원에 해당 조례의 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인천시는 오는 21일 대법원에 제출할 준비서면에 현행법이 헌법상 주민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정치인만의 무차별적인 특권으로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시는 법원에 위헌법률신청도 제청할 방침이다. 법원의 제청 결정이 내려지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행정소송 재판은 중단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한 현수막 등 광고물은 별도의 허가·신고·금지·제한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 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무분별하게 난립한 정당현수막으로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위협받고 도심의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급증해 3개월간 전국 지자체에 접수된 정당현수막 관련 민원만 1만4197건에 달했다. 법 시행 전 3개월간 옥외광고물 관련 전체 민원 6415건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러한 이유로 행안부도 지난 5월 ‘정당현수막 설치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정해 각 지자체에 내렸지만 법적 효력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국회에서도 뒤늦게 정당현수막의 개수와 규격을 제한하도록 하는 관련 법률안이 6건 발의됐지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인천시는 또 중앙선관위에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의 사진과 이름이 표기된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 12∼13일 이틀간 도심 55개소에서 조례를 위반한 정당현수막 92개를 강제 철거했다.

광주시도 정당현수막의 난립을 막기 위한 개정 조례안을 19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의회의 의결을 거쳐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다음 달까지 정당현수막만 전용으로 걸 수 있는 지정 게시대 65개를 별도 설치하고,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설치된 정당현수막은 강제 철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