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인사이드

관광업체 ‘독소규제 해소’ 촉구
비자 지연에 딴나라로 발길 돌려

서울에 기반을 둔 관광업체들은 서울시의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광 분야 독소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3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22개국을 대상으로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내년까지 한시 면제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태국·말레이시아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ETA는 무비자 입국 외국인의 불법체류 방지와 코로나19 상황에서 위험지역 거주 또는 방문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2021년 9월 시행됐다.

김용진 코앤씨여행사 대표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족 4명이 한국에 K-ETA를 신청했는데 2명만 받게 돼 결국 가족 전체가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며 “최근 동남아에서 K-브랜드의 호감도가 상승하며 한국을 찾으려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이 그들을 뒤로 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향옥 도도인터내셔널 대표도 “코로나19 전후 한국과 일본 비자 정책은 딱 반대로 가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예로 들면 한국은 코로나19 이전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는데 지금은 K-ETA를 받아야 하고, 일본은 그 반대”라며 “K-ETA 면제국 대상을 넓히고 장기적으로 제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한국을 많이 찾는 주요 동남아 국가도 단계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관광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14∼30일을 기다려야 하고, 신청자 절반 이상이 거절되는 것은 물론 대부분 거절 사유조차 알 수 없어 재심사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소규모·자유여행이 많아진 관광 트렌드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구글맵·에어비앤비·우버 등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규제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기에 한국을 찾으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목을 잡는다. 16인승 이상 승합차만 외국인 관광객 이동수단으로 허용한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은 단체관광이 많았던 과거에나 통하는 낡을 대로 낡은 규제다. 이와 별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관광업계는 비전문취업비자인 ‘E-9’ 적용 업종에 호텔업(숙박업)을 추가해야 한다고도 건의했다. E-9은 비전문 직종에 취업을 목적으로 체류하려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다. 현재 제조업(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등에 허용돼 있다.

박정록 서울시관광협회 상근부회장은 “E-9 비자를 활용해 호텔업을 지원하고 시류와 맞지 않는 각종 규제를 손봐야 코로나19로 죽었던 관광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정혜·김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