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구 현수막 철거현장

동춘역 현수막은 밤새 자진 철거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12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소금밭사거리. 이곳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승연(국민의힘)·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건 현수막이 나란히 펄럭였으나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제거되는 데에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출근길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박수를 치며 “후련하다”며 용역업체 직원을 격려까지 했다. 전날까지 이곳에서 불과 700~800여 m 떨어진 연수구청 앞 사거리와 인천지하철 1호선 동춘역도 각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 4~5개가 난립했지만 이날 인천시와 연수구청이 강제철거를 예고하자 밤새 자진 철거됐다. 그동안 이들 정당 현수막엔 ‘거짓선동’ ‘굴욕외교’ 등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를 보는 일부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주부 김정미(여·38) 씨는 “정책 홍보가 아닌 혐오를 부추기는 것 같아 불편했다”며 “오죽했으면 국회의원 눈치 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강제 철거까지 하겠냐”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날 담당 구청 행정집행 공무원과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시조례를 위반한 정당 현수막을 강제 철거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정당 현수막 난립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정치권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직접 조례를 개정해 정당 현수막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인천시가 처음이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달 8일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를 개정해 정당 현수막도 지정된 게시대에만 걸 수 있도록 하고 한 달간 계도·홍보 기간을 운영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현수막의 수량이나 규격, 게시 장소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거리 곳곳에 도배되다시피 정당 현수막이 난립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인천에서는 지난 2월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 여성이 횡단보도 옆 나무와 연결된 정당 현수막 끈에 걸려 목에 10㎝가 넘는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인천시 개정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인천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는 현재 공포된 시조례가 유효하다고 보고 조례 효력이 정지되기 전까지는 일제정비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