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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씩씩한 캔디녀· 상처투성이 재벌 2세… 뻔한 멜로 ‘배우가 살렸네’

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입력 2023-07-10 09:17
  • 수정 2023-07-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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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씩씩한 호텔리어 천사랑(왼쪽)과 전형적인 재벌 2세 구원(오른쪽)의 사랑을 그린 JTBC ‘킹더랜드’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를 답습하는 클리셰 범벅이지만, 두 배우의 매력과 호흡을 바탕으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JTBC 제공



■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 드라마 ‘킹더랜드’ 천사랑·구원

진짜 웃음이 있다고 믿는 여자
웃음은 가식이라고 여기는 남자
신분 넘어선 유치한 러브스토리

배우 윤아의 사랑스러운 연기력
완벽한 재벌男 준호 모습 더해져
시청률 두 자릿수 찍으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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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웃어야 사는 여자’가 있다. 해사한 웃음에 힘입어 ‘스마일 퀸’으로 뽑힌 호텔리어다. 웃으니 복이 오더라.

반면 ‘웃음이 싫은 남자’가 있다. 어릴 적 아픔으로 가식적 웃음에 몸서리친다.

그런 그 남자가 스마일 퀸의 웃음과 마주쳤다. 그 여자의 이름은 천사랑(윤아 분)이다. 그리고 그 남자의 이름은 구원(준호 분)이다. ‘천사’의 웃음을 가진 그녀가 웃음을 잃은 그를 ‘구원’한다는 빤한 속내가 보인다. 그다음 상황은 예상대로 정직하게 흘러간다. 익숙한 장면과 설정, 클리셰 범벅이다. ‘유치’가 장르라 할 법하다. 그런데 대중은 열광했다. 5.1%로 시작한 시청률이 12.0%까지 치솟았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 1위다. 누군가 말했다. 성공한 클리셰는 클리셰가 아니라고.

◇진짜 웃음이 있다고 믿는, 그 여자

그 여자, 천사랑에게 MBTI를 묻지 말자. 그를 향한 가장 적확한 표현은 ‘캔디형’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항상 웃는다. 그 웃음으로 어렵게 입사한 킹호텔에서 승승장구한다. 상사인 그 남자가 “웃지 말라”고 다그쳐도 “근무 중에 웃는 것이 의무입니다”라면서 또 웃는다. 감정노동자로서 본분에 충실하려 항상 노력한다.

그래도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기운이 난다. 백화점 판매직원인 강다을, 비행승무원 오평화와 삼총사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세 사람 모두 공교롭게도 감정노동을 한다. 하지민 곧은 소신을 갖고 있다. 팀장인 된 강다을은 막내가 간식을 챙기는 전통을 없애며 “그게 물려받을 만한 전통이니? 누구 수발들려고 이 일하는 것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이런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성장한 천사랑의 매력은 단연 솔직함과 배려다. 특유의 상냥함으로 난관을 헤쳐가며 씩씩함을 잃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좀처럼 빈틈이 없고 매사에 조심스러운 천사랑이지만 유독 구원 앞에서만 실수를 연발하고 입바른 소리를 잘한다. 구원을 변태로 오인하고, 구원의 방에서 몰래 ‘볼일’을 보다가 딱 걸린다. 술에 취한 채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돈 좀 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꼴값이야, 진짜”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구원의 눈빛이, 아니 마음이 흔들린다. “나한테 이런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라는 ‘쌍팔년도’ 감성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도 천사랑이 밉지 않고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이를 반죽하는 배우 윤아의 절묘한 연기력 덕분이다. 그리고 이에 화답하는 배우 준호의 리액션도 찰떡궁합이다. 원래 로맨틱 코미디의 성공 제1원칙은 연출과 대본이 아니다. ‘둘이 얼마나 잘 어울리냐’다.

◇그 여자의 웃음에 눈보다 마음이 열리는, 그 남자

그 남자, 구원은 딱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전형적인 재벌 2세. 오차 범위는 0%에 수렴한다. 1회에서는 실제 낙하산을 타고 출근하고, 함께 처음 출근한 동기 인턴은 “누가 보면 낙하산 타고 내려온 줄 알겠어”라고 판에 박힌 농담을 건넨다. 모든 것을 가진 그 남자에게는 딱 두 가지가 없다. 모든 재벌 2세가 없다는 ‘싸가지’, 그리고 웃음기다. 어릴 적 엄마가 사라진 후 모두가 그를 경멸하는 웃음으로 대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런 그가 ‘자본주의 미소’로 무장한 호텔 경영자로 등장한다는 건 ‘킹더랜드’의 관전 포인트이자 아이러니다.

그런 그 남자 앞에 유독 잘 웃는 그 여자가 나타난다. “고객을 위해 내 감정은 필요 없다”고 배워도 직원 대표로 나선 자리에서 “우리 킹호텔을 거짓 웃음이 없는 호텔로 만들겠습니다”라고 건배사를 던질 줄 아는 배짱도 있는 여자다.

주위 사람들에게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그 남자는 그 여자와 단둘이 낚싯배를 탔다가 배에 문제가 생겨 섬에서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작가·연출자가 반성해야 하는 설정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발군의 호흡으로 이 난관을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왜 웃는 게 싫으냐”는 질문에 그 남자는 “전부 가면이다. 모두 다 가짜”라고 말하고, 그 여자는 “그중 진짜도 있었을 텐데”라며 또 웃는다. “앞으로 근무 시간 아닐 때도 내 앞에서 웃는 거 금지”라는 그 남자를 향해 또 웃는 그 여자를 보는 그 남자의 싸늘한 눈빛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간다.

‘킹더랜드’는 20년 전 방송된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설정과 판박이다. 그래서 낡았고, ‘아는 맛’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이 방송될 때 태어난 Z세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유치함을 택한 이 드라마가 오히려 새롭고, ‘모르는 맛’이 아닐까?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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